파리지앵 인테리어 11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1856~1924)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남긴 후 근대 디자인의 목표는 기능과 효율성에 맞춰져 왔다. 즉, 그저 예쁘기만 하고 기능이 별로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든 스미요시 나가야는 방과 방 사이에 하늘이 열려 있는 마당을 넣어버렸다. 그탓에 비가 오는 날 화장실에 가려면 우산을 쓰고 가야 하는 불편함을 불러일으켜 저명한 건축가들에게 거주자를 고려하지 않은 형편없는 건축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스미요시 나가야의 건축을 의뢰한 거주인은 30년이 넘도록 그 집을 사랑하고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요즘은 홈스타일링이라고도 부르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기능인가, 아름다움인가. 역사에 남을 위대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될 야심을 품고 있지 않다면 제3자의 비평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 자신이 기능적 인간이라면 기능에, 심미적 인간이라면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고 공간을 구성하면 그만이다.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을 최대한 표현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껏 추구해온 ‘파리지앵 스타일’이다.
나는 몹시 심미적 인간이기 때문에 대체로 기능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예쁘게 공간을 구성하고 만다. 스누피 피규어가 복도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게 아름답다고 여기면 그곳에 놓아버린 후, 불편을 감수하고 매번 피규어를 피해 돌아서 이동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나다. 파리지앵의 주방 역시 철저하게 그러한 사상(?)에 입각해 디자인되었다. 덕분에 발생한 여러가지 불편함들을 후보정 작업을 통해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주방에 꼭 필요했던 두 가지 요소는 수납 공간과 조리 공간이었다. 까페처럼 예뻐 보이려면 주방 공간의 절반은 반드시 비워두어야 했기에, 나머지 절반의 공간에 두 요소를 꾹꾹 눌러담아야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내 연남동 주방은 주방뿐 아니라 현관의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3평도 안 되는 공간에 현관 + 조리실 + 까페를 모두 담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다음은 4년 동안 거주하며 최대한 머리를 굴려 한정된 공간에 직접 만들어낸 아이템들이다.
1. 수납장 보완계획 :
안 쓰는 테이블 책장으로 개조 / 주방장에 선반 칸 추가 / 싱크대 그릇장 옆에 미니 선반 추가
2. 조리공간 보완계획 :
재단 목재를 구입해 차가워 보이는 싱크대 상판을 가리는 동시에 조리 공간을 확장
3. 현관 보완계획 :
외출할 때 입을 외투를 보관하는 옷장 겸 신발장을 제작, 예쁘지 않은 냉장고 옆면을 가리는 동시에 틈새 공간 활용
2018. 5. 18.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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