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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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반드시 우주 속에서 끝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왔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은 그 소망의 포장지에 불과했어요. 무한히 연장될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며 어른들이 건넨 질문에 나는 언제나 삶을 끝낼 궁리에 대해 말한 것이었지요.
아무튼 열한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저의 꿈은 줄곧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농담으로라도 다른 꿈을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로 우주비행사가 되고자 했습니다. 청소년 보호소의 선생님들은 우주비행사가 되려면 우선 대학에 가야 한다고 조언했지요. 저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학과는 러시아어 학과였어요. 대학생활 내내 우주 비행 기술이 아닌,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배웠습니다. 그 위대한 문학가들은 저를 우주로 데려다 줄 수 없었습니다. 졸업 후, 저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무역센터에서 여러 종류의 생선과 광물 등에 대해 통역하며 한낮을 보냈고, 해가 진 뒤에는 난방이 약한 구식 아파트에서 러시아어로 쓰여진 우주에 대한 글들을 검색했습니다.
고1 즈음이었던가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육교 위에서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유에프오를 봤습니다. 두 번째 목격이었어요. 그, 혹은 그들은 어째서 지구에 흥미를 갖고, 대기권 속을 지나치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곰곰 생각해보면 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지나쳐버리는 것을 ‘흥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어쩌면 정말로 버뮤다 삼각지대에 그들의 식민지가 존재하고 있어서, 서둘러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의 저는 로맨틱한 시와 소설들을 읽고 지냈기에, 석양 속으로 사라진 유에프오 조정석에 아주 새까만 강아지가 한 마리 앉아 있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강아지가 유에프오의 창을 통해 나를 내려다보고, 나는 오렌지색 육교 위에서 유에프오 창 안의 강아지를 올려다본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잠시 재회했던 거라고 저는 상상합니다.
당신과 저도 재회할 수 있을까요. 부디 그 재회가 그날 광속으로 사라진 유에프오와 같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응당, 우리 각자의 우주가, 시간과 공간, 마음과 몸이 다시 한 번 교집합을 이루는 것이기를 소원합니다. 우리 사이에 거대한 중력이 있어서 도저히 피할 길 없이, 그 거대한 웅덩이 속으로 모여들기를 요청합니다. 우주의 신은, 지금 저의 얘기를 듣고 있습니까?
2019. 10. 13. 멀고느린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