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날 절대 입지 말아야 할 옷

나는 그 이후로 절대 그 옷을 입지 않는다.

by 강병진

드라마 <미생> 1,2회 감상. 장그래가 첫 출근을 한 후 3일 동안의 이야기. 첫 출근의 육체적인 고통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졌다. 출근 첫날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애가 다음 날에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가, 젓갈통에서 쭈꾸미 찾다가, 엄마가 사준 양복도 버리고, 핸드폰도 고장나고, 씻지도 못한채 공장에서 회사로 왔다가, 역시 씻지도 못한 채 밤새 일하고는 집에도 못가고 또 다음 날 억울하게 사고를 치고, 상사한테도 대들었다가 급기야 술까지 마시는 데, 얼마나 피곤할 지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너무나 생생한 고통이라 내가 첫 출근을 했던 날의 고통까지 떠올랐다.


2006년 12월 6일. 정식 입사 전에도 <씨네21> 선배들과 영화제 데일리도 만들었고, 종종 얼굴도 보기는 했는데 그래도 첫 출근은 첫 출근이었다. 입사를 했더니, 연차로는 후배인 입사동기가 있었다. 첫날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당시 ‘꼬마’로 불리던 단신 기사를 쓰는 거였는데, 그때 하필 또 메꿔야할 작은 번역기사가 하나 있어서 그것도 맡았다.


최대한 빨리, 최대한 잘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도 평소에는 웬만큼 눈에 들어오던 영어문장들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 거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기를 쓰고 잘 써보려고 하는데, 그래서 마음이 너무 급한데, 선배들은 술이라도 마시러 가자고 했다. 할 수 없이 따라 나섰다. 대충 저녁 정도 먹겠지, 그러면 다시 들어와서 써야지. 그런데 새벽 1시가 되도 끝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나는 또 마음이 급해지면서, 또 술에 취하면서 내가 정말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그래서 심란해지기까지 했다.


술자리는 2시를 지나 결국 5시가 되어서 끝났다. 좋다. 이제라도 다시 들어가서 쓰자. 그런데 또 마지막에 남아있던 선배가 나와 내 입사동기를 데리고 공덕동 전집에 가서 한 잔 더하자고 했다. 그래서 또 마시러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끝난 게 아침 7시. 분명 어제 낮. 선배들은 나에게 말하기를 막내는 어떤 요일이건 적어도 오전 10시까지는 출근하라고 했었다. 때문에 나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어제 못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었고, 다시 9시쯤 눈을 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잘 써지지가 않았다.


심지어 하필 전 날 입고온 목폴라 스웨터가 짜증이었다. 목 주변이 따가웠다. 계속 따가웠다. 몸은 피곤하고, 술은 덜 깼고, 잠은 오고, 기사는 안써지는 데, 목 주변이 따가웠다. 입사 다음 날의 하루는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 마감은 했고, 편집장이 어떻게 읽을지 두려워서 내내 긴장했었고, 목 주변은 계속 따가웠다. 마감 마지막 날인 목요일도 밤 늦게까지 뭔가를 계속 했던 것 같다. 다른 선배들과 틈틈이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마감이 끝난 선배들과 술을 마셨다. 그래서 결국 다음 날 새벽에 집에 들어왔다. 농담이 아니라, 그 날 이후로 나는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목폴라 만큼은 절대로 입지 않는다. 아직 첫 출근을 하지 않은 후배나 동생들에게 말하건데, 정말 그날 만큼은 목폴라를 입지 마라. 절대 입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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