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언론시사 후 리뷰
이 영화는 '루틴'에 대한 이야기다. 루틴의 주인공은 도쿄 시부야의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다. 잠에서 깨어나면 양치질을 하고,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집 앞의 자판기에서 캔 커피 하나를 뽑은 후 운전석에 앉는다. 시부야 곳곳을 돌며 화장실을 청소하는데, 점심은 꼭 같은 공원에 앉아서 먹는다. 공원에는 오래된 나무 하나가 있다. 주머니에서 필름 카메라를 꺼내 이 나무를 찍는다. 남은 업무를 끝낸 후에는 목욕탕에 가고, 목욕을 끝낸 후에는 허름한 선술집에서 니혼슈(아마도?)를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집에 와서 책을 읽다가 잔다. <퍼펙트 데이즈>의 러닝타임은 약 2시간인데, 거의 1시간 30분 동안 이 루틴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에 의해, 상황에 의해 조금씩 바뀌고, 주말은 또 주말다운 루틴이 있지만 그의 루틴은 루틴답게 반복된다.
<퍼펙트 데이즈>를 보는 동안, 아름다움과 거리감을 동시에 느꼈다. 먼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루틴은 아름답다. 오래된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의 노래들을 좋아하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식물들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걸 야쿠쇼 코지가 하니까...) 그런 행동이 고집스럽게 반복되는 걸 보다보면 어떤 경외심까지 생길 것이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 영화를 연출한 빔 벤더스의 시선을 생각하니 거리감이 느껴진다. 영화 속의 히라야마는 궁극의 경지에 오른 구도자다.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인으로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거울을 비춰 확인할 정도로 집요하다. 그동안 공원에서 찍어온 사진을 담아놓은 수많은 양철상자들을 볼 때, 그는 '사진'이라는 취미에도 꽤 오랫동안 집착했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본 밖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일본스럽고, 그래서 아름다워보이는 삶의 양식이 아닐까. 이렇게 사는 건, 정말 완벽한 삶인가? 행복한 것일까? 의심을 거듭하다보니 이 영화가 그런 의심들을 추억의 음악과 야쿠쇼 코지의 연기로 지우고 있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가 심금을 울린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는 히라야마의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불쑥 찾아온 조카와 조카를 데리러 온 여동생을 통해 몇 가지 단서를 추론할 수는 있다. 또 영화의 후반부 루틴을 벗어난 그의 행동을 통해 그가 느껴온 감정이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어떤 것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장면들을 통해 그가 지켜온 루틴이 곧 그가 살아온 시간에 의해 정립되었을 거라는 건 알 수 있다. 작은 기억과 사연이 켜켜이 쌓여 완성된 루틴을 보는 건, 그 자체로 색다른 체험이다.
지난 2020년 도쿄 시부야의 공원에 내부가 보이는 '투명 화장실'이 세워져 화제가 됐다. 이 화장실은 프리츠커상 수상자 반 시게루의 작품이다. 공중화장실에 누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걱정 없이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인데, 당연히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면 불투명 상태가 된다. 이 화장실은 시부야구의 공공 화장실을 개선하는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를 통해 세워졌다. 빔 벤더스 감독이 도쿄에 초대를 받은 것도 이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화장실을 보고 느끼는 영감이 있으면 사진을 찍거나 단편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었다고. 그렇게 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