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레비
요즘 나를 조용히 위로해주는 건, 대단한 이벤트나 거창한 말이 아니다.
책장을 넘기며 느끼는 평온함, 책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아이가 건네는 “사랑해” 한마디, 미세먼지 없는 하루.
숨이 가쁘도록 달린 뒤 흐르는 땀방울.
이런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나에게 다정하게 머무른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난 후, 친구와 약속이 없는 날에는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4년 만에 갖는 나만의 소중한 자유, 하루 중 오직 나에게만 허락된 5시간.
처음엔 분리불안에 떠는 강아지처럼 뭘 해야 할지 몰랐지만, 이내 나 또한 잘 적응해 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파트 커뮤니티 헬스장.
이곳이 내게 큰 행복을 주는 공간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요즘 운동하며 흐르는 땀이,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보다 더 달콤하게만 느껴진다.
오래 운동하진 못하지만, 줄줄 흐르는 땀방울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설렘으로 내게 자리 잡았다.
아이가 하원한 후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상이 펼쳐진다. 아이를 돌보고, 밥을 먹이고, 집을 치우고.
그러다 미세먼지 없는 날이라는 걸 확인하면, 바로 옷을 챙겨 입는다.
요즘엔 미세먼지 없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화창한 봄날에도 마음 편히 산책하지 못하다가, 깨끗한 날씨엔 밤늦게라도 꼭 산책을 나간다.
조금 늦은 시간, 아이와 함께 조용히 걷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일부러 걸음을 천천히 늦춰보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꽃눈이 흩날리는 아름다움을 함께 잡아보기도 한다.
들판에 핀 이름도 모를 작은 꽃들이 어찌나 귀하게 느껴지던지, 입에서는 연신 “예쁘다”는 말만 흘러나온다.
그렇게 감탄하다. 문득 아이가 건넨 사랑 고백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오늘 하루 화를 냈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괜히 미안해지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뒤에야 비로소 내 진짜 취미가 시작된다.
서점에서 아주 신중하게 고른 책을 펼쳐 읽고, 가끔은 와인이나 위스키를 곁들이기도 한다.
그 시간은 조용하고 다정하게 다가와, 하루를 온전히 행복으로 채운다.
소란한 일상 속,조용하게 곁에 머무는 위로의 순간들.
아 _ 이게 바로 행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