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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Jun 12. 2023

비행기 말고 공항 갈아 타기 (뉴욕LGA to JFK)

뉴욕 라구아디아공항(LGA)에서 JFK공항까지.

한국으로 돌아 가기 전날 밤.


짐을 다싸고 별 생각없이

비행기예약 내역을 스윽 훑어보았다.

훑어..  응??

비행기가 아니라 공항을 갈아타??

'Change airports?'

자세히 보니 첫비행기가 도착하는 공항과

두번째 비행기가 출발하는 공항이 달랐다?


'You have 3hr 13 m to change airports.'

? 느낌이 뭔가 '너 서둘러야 된다' 였다.


'설마 셔틀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조마조마한 심경으로 구글링을 했는데

헉.


1시간가까이 걸리는 대중교통만 있었다.

결론은 택시나 우버 밖에 없었다.

택시나 우버를 타면 30분정도 소요된다.


국제선은 최소한 3시간 전에 가는 것이 국룰인데.

LGA공항에서 짐찾고 택시타고,

다시 JFK에서 티켓팅하고 입국심사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빠듯해보였다.


게다가 JFK에서 한국 가는 비행기, 대한항공은 하루에 딱 두대다. 오후 1시50분과 새벽 12시경 것.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내가 늦잠을 자진 않겠지 설마?'


'Baggage claim area에서 짐이 늦게 나오면 어쩌지? '


' 택시가 안잡히면 어쩌지?'


' JFK공항 갈때 차가 많이 막히면 어쩌지?'


' 입국심사 오래 걸리면 어떻게 하지?'


' 늦게 가서 좌석이 너무 구리면 어떡하지? 14시간 동안 힘든데'



걱정되는게 많으니

몸이 피곤한데도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2시간 자고 기상.


라구아디아 공항으로 가기 위해,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보스톤 공항으로 향했다.

라구아디아행 9시 비행기였다.



보스톤 공항에 부랴부랴 가서, 티켓팅을 하고 게이트를 살피는데 헉.


바로 옆 게이트에 오전 8시25분에 JFK로 바로 가는 항공편이 있었다;;


'아니 그럼 왜 내 비행기만 LGA로 가는 거야?'


순간 하X투어에 대한 원망이 올라왔다.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싼 것에 매몰되어 급하게 결제해버린 내 손가락을 질책하기로 했다.

'5분만 더 살펴봤으면 피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말이다.

바로 '뉴욕에 공항이 여러 개 있고, 공항 환승?이 쉽지 않다는 것.'



잠시 후, 비행기에 탑승 하고 정신 없이 자는 사이, 비행기는 LGA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짐을 찾으러 갔다. 급한 마음에 화장실까지 참아가며 뛰는 듯 아닌듯 빠른 걸음으로 짐 찾는 곳으로 갔다. (걸음을 옮기는 바쁜 마음에서도 눈에 들어온 건 LGA공항이 깔끔하고 신식이라는 점이었다.)


Baggage claim area에 도착했는데

헉.

짐이 벌써 나와 있었다.


미국에 이런일이 가능한가 라고 놀라며

Riding share구역을 찾는데

헉.

짐 찾는 곳 바로 옆에 해당 출구가 보였다.


출구로 바로 나오자

헉.

차들이 뒤엉켜 있고

크랙션 소리가 난무했다.

사람들은 다 핸드폰을 보며 본인의 uber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도의 미소가 지어졌다.

이 광경이 나는 반가웠다.

'제대로 왔구나!'


바로 우버앱켜고 우버를 불렀다.


결론은 성공.


감격스러워 찍은 1컷


나는 11시에 JFK에 도착했다. 이륙 2시간50분전에 도착한 것이다.


얼마나 기쁘던지 ㅎㅎㅎ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해소되면서

매우 순탄하게 일이 진행된 느낌.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기분이 좋아서 그랬는지 사람들에게 줄 선물도 많이 사게 되었다. ㅎㅎㅎ




그리고, 한가지 또 느낀 점이 있다.

내가 세어보았던 불확실성만해도 5개 가까이 되었었다. 내가 한 것이라곤 화장실을 한번 참은 것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해결되어버린 이 일에 대해, 나는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뭔가 제3의 존재로부터의 호의를 경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매우 자연스럽게 우버안에서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몇번을 되뇌였다.


소싯적 같으면 "역시 내가 하니까 다 잘되! 하하하!"라고 친구에게 전화해버리고 끝나버릴 만한 일이,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제 3의 존재를 인지하고, 경험하는 일로 바뀌어 있었다.


약간은 겸손해진 것 같은 느낌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마 고약하게 나이들고 싶지 않은 게 내 목표라서, 이렇게 느껴지는 겸손함이 반가웠던 것 같다.


여튼 너무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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