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여유가 있는데, 마음은 여유가 없다

지금은 둥지가 필요해

by As the Deer


#1


어제 점심을 먹고 체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보통 내가 체하는 건 스트레스를 받을때다.


?


'무직인데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라고 자문해보았다.


도서관 자리에 가서 앉으면 뭔가 급하게, 뭐든지 처리하려고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항상 회사에 출근하면 오늘까지 해야할일 등 납기를 체크하고 부지런히 하나씩 일을 격파해나갔는데, 지금 나는 그렇게 할만한 일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 뭔가 해치워버리려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뭔가 일이 없는 것이.. 참 어색하다.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새로운 적이었다.



직장을 다닐때와는 달랐다.


직장을 그만둘때 몇가지 계획을 가지고 그만두긴했었는데, 뭔가 생각과 달랐다. '예상 밖'의 일이 나타날 것이라 짐작은 했었다. 여전히 그 계획들을 추진할 생각이 있지만, 추진하는 과정이 험난했다. 누가 나를 괴롭혀서가 아니다.


아무도 나에게 일을 주지 않으니, 괴로울 일은 사실 없다. 주어지는 일에 익숙한 나는 주어지는 일이 없는 것이 어색했고 힘들었다. 그리고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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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회자되는 '자기주도'적인 업무의 경우에도, 피드백이 주어지는 것을 기다리기 마련이고, 누군가가 피드백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나에게 그런 게 없다. 내가 하는 것에 코멘트해줄 사람이 아예 없다. 당연히 무직이니까. ㅎㅎㅎ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이기 때문에 내가 맞는 건지 틀린건지 확인할 길도 사실 없다. 훗날 수익이 나는지를 통해서만 결국 확인이 가능할텐데, 그러면 수익이 나는 그날까지 가는 길이 계속 불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하는 분들의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불안하다 보니,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마치 불안함이라는 기체가 모여 스트레스라는 액체가 되는 걸까? 마치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도서관에 앉아서 이리저리 생각의 흐름에 휩쓸려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에게 기가찼다 ㅎㅎㅎ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에 아저씨는 꾸벅꾸벅 졸고 있고, 뒤쪽의 젊은이는 열심히 자기 공부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압박하는 사람이 없는데 스스로 압박을 느끼고 있다니.



#2


거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집에 돌아와 이 신기한 경험을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이해한다며, 이 시기를 극복하도록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과정임을 분명히 해주었다.


아 그래.


과정.


그래 이건 과정이다. 결과가 아니다.

불안해하고 있는 나는 현상적이고 일시적인 모습일뿐, 나는 아직 전진해서 충분히 갈 수 있다.

(아내에게 참 감사했다)


그런데 왜 실행이 제대로 안될까?


거실을 빙빙빙빙 돌면서 되뇌였다. 애꿎은 강아지를 쏘아보며 말했다.


"쉽지 않네 이거 쉽지 않아. 다짐으로 안된다 이거 그치?"


강아지가 기겁하며 도망간다. 소파에 털썩 앉으며 생각했다.


문득, 환경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성을 만들 수 있는,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




둥지.


둥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도서관의 유입인구는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자격증 공부하는 사람, 책을 순수하게 읽는 사람도 있지만, 평일에는 정말 그냥 오시는 분들도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유튜브를 보다가 잠을 청하는 분도 계시고,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다가 핸드폰 한참 하시는 분도 계시고.. 정말 다양하다.


넘치는 시간을 자원으로 갖고 계신 분들과 나는 너무 달랐다. 나는 지금 도움닫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뭐 날아오르기 위한 도약이라기보다는,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아 이제 후반인가 ㅎ) 이제 마지막 총알 한발로 남은 삶을 부르심 가까이 가져도 놓기 위한 도움닫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 자리에 있다보면,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그것이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나는 쉬러온 것이 아니라 도움닫기를 하러 온것이니까.

주변에 휩쓸리기 싫어 내가 저항하고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3


당연히 모든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아무 생각없이 계속 쉬려는 사람은 없다.

정말 힘들어 잠시 아무 생각없이 쉴수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은 주섬주섬 생산성을 위해 시동을 걸기 마련이다.


칼을 가려면 대장간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 그리고 나를 적당한 둥지 안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을 다짐으로 바뀌어 놓으니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에 스타트업 다닐때 갔었던 공유오피스가 생각났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답답하면 라운지에서 일한 것이 생각나서 혹시 라운지 이용권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파이브스팟이라는 라운지 이용권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고, 일일이용권으로 끊을 수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이렇게 멋진 뷰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줄 몰랐다. (여기는 제휴점인 드림케쳐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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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홍보할 생각은 없으나, 갈증이 해소되어 기쁜 마음으로 올려 본다.


이런 곳을 찾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이런 곳을 원했다)


기운(?) 같은 것을 믿진 않지만, 기운이 느껴진다.

생산성에 목마른 이들이 모여 있는 느낌.


좋다.


여기서 한번 알을 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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