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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Nov 04. 2022

퇴사 결정하기 전, 체크리스트

Intro.


논픽션 소설에 쓴 것처럼 나는 이직을 참 많이 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discoverquitjob)


신기한 것은 이직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나의 결정은 참으로 타당해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10번의 퇴사 중에 2~3번 정도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퇴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어 있었을까? 후후...)


혹시 나와 같은 케이스가 있다면, 특히 아래 4가지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굳이 퇴사 결정을 급하게 하실 필요는 없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쩌면, 시간이 약인 경우일 수도 있다)



1) 회사가 망할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 때


빨리 나가야되는 줄 알았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로 올라타는 것처럼 서둘러서 진행해야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회사가 망한다고 나까지 망하는 게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다.


나에게는 커리어가 중요한 것이다.  내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경력이 확보되었는지가 중요한 사실이다. 굳이 미리 나갈 필요가 전혀 없다. 회사가 망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가도 늦지 않다.

(물론 월급이 밀릴 정도로 회사에 돈이 없다면, 빨리 움직여야한다. 임금체불은 굳이 체험할 필요가 없다)



2) 회사(또는 회사 상사나 동료나 부하)가 너무 미울때


말하기 민망하지만, 사실상 많은 퇴사 동기가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참 어렵다.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미워서,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해서'가 이유이지만, 회사가 안좋다라는 말로 돌려서 말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말이다. 더욱이 '니가 내 상황이 되어보지 않아서 그래' 라는 명제에 사로잡혀있는 이상,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사유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매우 어렵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take your time and think 이다. 깨어진 안경으로 아무리 세상을 보아도 세상은 깨져보인다. 그 감정을 가지고, 방법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깔때기처럼 퇴사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에서 정말 원함이 없고, 우선순위가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일단 마음을 원상태로 만드는 것이 먼저다. 충분한 마음의 회복이 필요하다. 마음이 복구된 다음에, 정말 As is의 상태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감정이 요동칠때와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나의 결정에 대해 이불킥하거나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말 cool head의 상태에서 결론을 지어야 한다.  



3) 지쳐서 쉬고 싶을 때


장기 휴가를 일단 다 써볼 것을 권장한다. 지쳐있을 때는 쉬어야지, 퇴사가 답이 아니다. 쉬면서 고민해도 절대 늦지 않다.



4) 지금 일이 너무 질려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을 때


여기서 나는 job과 vocation이 갈린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게 job이면, 옮기는게 무관하다. 어차피 갈아타야되는 거니까. 근데 vocation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vocation이라면 견뎌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 vocation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ㅎㅎ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부분은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알아보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것이 나의 vocation에 가까운 것인지를 알아보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알아보거나, 선후배를 막론하고 다양한 인맥을 동원하여 알아보거나, 아니면 일정 cost를 지불하고서라도 정보 수집을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방법이 있다. (이런 다양한 시도 끝에, 당신의 vocation을 알게된다면.. 당신은 정말 커리어영역에 있어서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ㅎ)


가장 원론적인 방법은 내가 정말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이 제일 어렵다. '그런게 어디 있냐'라는 반문이 이미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혀 있다면, 사실 이 방법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job이라는 영역 밖을 생각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정말 퇴사 또는 이직만이 답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회사내 타부서 이동 또는 파견 또는 해외주재원 등등 다른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이 질려서 사실상 '기분전환용'으로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분전환용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는 사실 본인만 알 수 있다.. ㅎ)



Outro.


얼마 전, 회사의 유능한 직원분과 대화를 했다. 그 분은 유능했지만, 회사의 단점들로 인해,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얘기가 사실 조목조목 다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분의 결론은 퇴사였다.


내가 그 분께 말했다.


"퇴사는 사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옵션이긴 해요. 그런데 중요한건 퇴사 그 다음 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사 후에 어디로 가실 건가요? 여기보다 훨씬 좋은 곳을 찾아서 가지 않으면, 결국 '여기가 싫어서 나간 것'에 그치게 됩니다."

"이 곳에는 본때를 보이게 되시는 건 맞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의 그 다음 스텝이잖아요? 저는 이 다음 스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화 이후, 그 분은 아직 회사에 다니고 계신다. 퇴사를 고민하고 계신 것 같긴 한데,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이 되신 것 같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퇴사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눈을 들어 다음을 봐야한다.


아,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사투를 벌이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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