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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Nov 14. 2022

업계가 달라도, 이직은 쌉가능

Intro.


브런치 북의 제목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나는 직장을 많이 옮겼다. 이렇게 한 다스(?) 가깝게 옮기다 보면 동종업계를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에너지, 금융, IT, 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을 다녔고, 지금도 그 중 한 분야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딱 한가지다.


"업계가 달라도, 이직은 쌉가능"


처음 금융에서 에너지로 옮길 때, 사람들은 얘기했다.

' 오 그래 industry로 가서 직접 전문성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또는 이렇게 말했다.

' 거긴 왜 가냐?'


특히, 타업계로 이직을 결정할때, 주변 지인들의 우려 섞인 충고와 걱정을 많이 듣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다. 

(다만, 한다스 가까이 옮기다 보면, 이제 사람들이 웃는다. '하하하 또? 이번엔 어디냐?')


아시겠지만, 회사를 이직할때마다, 옮긴 사유와 동기는 다 다르다. 그리고 여기서, 그 옮긴 사유와 동기를 얘기하자면, 이 글의 주제는 달라지게 되므로, 나는 글의 주제에 집중하겠다. 


일단 이직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람들의 말은 정말 귀담아 들어야하지만, 결정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오롯히 나의 몫


뭐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강조하고 싶은 부분 중에 하나는 '귀담아'이다. 본인이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편견에 사로 잡혀 '얘 또 이런 식으로 얘기하네'라고 해버리면, 그 정보의 가치가 훼손된다. 정보에 집중해서 듣고, 그 출처를 잘 분별해야지, 그 사람에 대한 편견으로 정보를 소실해버리면 안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오롯이'이다. 이직에 대한 소스들을 차곡차곡 모으되, 결정은 나의 몫이다. 정보나 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원망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을 갖고, 차분히 결정을 해보시기 바란다. 이전에 썼던 글 '퇴사여부를 판단해보자' (https://brunch.co.kr/@fullarmor/57)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동종 업계 여부에 구애받지 말자.


이직을 결정했다면, 타 업계로 가는 것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직이라는 것이 나에게 가져오는 충격은 부정할 수 없다. 동종업계로 가던, 타업계로 가던 이직에 따른 충격은 분명히 있다. 나의 한 다스 남짓한 경험으로 볼때, 넉넉잡아 6개월은 충격이 있다. 적응하고, 나를 셋팅해 나아가는 기간, 사람들과 사귀는 기간, 파악하는 기간 등등. 물론 동종 업계로 가는 것이 충격을 덜할 것이지만, 충격의 유무로 본다면 둘 다 있다. 


그렇다고, 타업계로 가는 것을 강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타업계로 옮기게 된 사유와 동기를 제외하고, 추가적으로 얻게 된 좋은 점을 얘기해보자면, 가장 큰 좋은 점은 바로 '관점의 확대'이다. 


다만, 이 관점의 확대라는 것을 언어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치 '해외를 좀 다녀와야 한다. 그래야 견문이 넓혀진다'라는 말에 모두가 동의는 하지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정확히 언어화 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내가 발견한 차이점들이 있는데, 이 차이점을 발견한 것 자체가 어찌보면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요,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더 넓게 볼 수 있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부 설명해본다면, 업계마다 각 이슈들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고, 처리하는 방식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회사라는 속성이 있기에 업계가 다르다 하더라도, 비슷하게 보여지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다만, 업계가 다른 특성상,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처리방식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예를 들어보면, 금융의 경우, 각 부서별로 서로 보완을 해준다는 개념 보다는 역할을 정확히 나누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다. '고객의 돈'을 다룬다는 관점, 신의성실의 의무 등이 바탕이 되다보니, 이슈에 대해 엄격히 다루는 것 같다. 그러나 바이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신약개발회사의 경우, 각 부서별로 밀접한 협업과 공유를 통해 한가지 물질을 도출해 내므로,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공유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틀릴 수 있다'라는 전제를 모두가 공유하고 있고, 틀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고 접근한다.   


타업계 이직? 쌉가능.


내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가능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10번째 직장에서 강하게 배웠다. 특히 거기서 내가 모셨던 팀장님은 이 부분에 있어 나에게 유레카를 가져오게 해주신 은인이시다. (나의 직장 영역에서는 3분의 은인이 계시다 ㅎ 그 중에 한분이다.)


그분이 자주 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그거 그냥 하면 되요"


물론,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욕을 좀 섞으셨다. (그 부분은 자체 검열). ㅎㅎㅎ.

내가 제조쪽에 있다가 금융쪽으로 다시 넘어와서, 새로운 환경에 막막해하는 얼굴을 보시곤,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 맞다. 정말 하면 된다. 


정말 복잡해 보이던 딜도, 정말 안 읽히던 수십페이지의 영문 계약서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엑셀 식도. 처음엔 엄두가 안났지만, "수치"를 제거하며 계속 달려 드니까. 정말 되었다. 정말 된다. 고도의 학력이나, 자격증이 요구되지 않는다. 계속 하면 는다.


현재 나는 또 다른 업종에 있지만, 전 팀장님께 배운 것을 써먹으며 '그냥' 하고 있다. 한번, 두번, 세번.. 계속 읽고 읽으니, 가능했다. 그리고, 활용하고 활용하니, 내가 이전부터 알았던 것처럼, 써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전공이 아니라도 이제 보이는 게 있다. 그리고, 그러면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건강한 피드백을 또 하나 쌓고 있다. 


'그냥' 하는 것에 가장 큰 장애물은 '수치'다. Shame이라는 녀석을 뛰어 넘어야 한다. 이 녀석만 무시하고 전진한다면, 나는 충분히, 그리고, 무난히 타 업종 이직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동종 업계 이직자보다 느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그러나 느린 것에 '수치'를 갖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느릴 수 있음을 충분히 인정하고, '그냥' 하다보면,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듯이, 나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이직을 잘했다'는 생각도 들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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