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딱 봤을 때,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한번 퇴사를 해보신 분이라면,
'어후... 다시??'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다시.. 가도 될까?'
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체면은 용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말 냉정하게 봤을 때, '지금 이직한 곳이 여의치 않아서 차라리 회귀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혹시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렇다.
"하면 하는 거다."
뭐 어떤가? 뭐......처음에는 솔직히 창피할 수 있다.
그런데 혹시 체면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굳이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굳이 그런 소모적인 선택을?
'돌아갈 수는 없다'는 명제로 굳이 미리 결론을 내려 놓고, 그 '돌아갈' 옵션을 제껴하고 다시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기웃거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다시 새 이직을 알아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전 직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라는 옵션을 같이 검토 해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내 생각에 결국엔 깔때기처럼 하나의 느낌으로 모여든다고 생각한다.
'아... 창피하다'
사실 나도 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단 겉으로는(?) 반갑게 인사해주고 반겨준다. 그러다가, 한 2주정도 되면, 그 '반갑게 한' 인사가 정말이었는지, 그냥 인사치레였는지, 서서히 사람들이 분류되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반갑게 맞아줬었으나, 사실상 나를 뒷담화 하거나, '나의 재입사'를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소재거리 정도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를 '실험실 쥐의 예'로 삼아, '이직이 이렇게 어렵다. 그냥 여기 있자'라는 자기 위안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소수일 수 있지만) 그냥 문자 그대로 나를 반겨준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것이다.
만약 내가 입을 수 있는 데미지가 '창피하다(shame)'가 전부라면, 그런들 어떠한가?
결국 그 감정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나에게 비춰졌던 스포트라이트는 점점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사람들이 머리로 알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명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이다. 당연한 얘기다. 이를 좀 더 발전 시켜 얘기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나를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필요는 없다. 당연하다. 심지어 어떤 완벽한 사람에게도 적은 항상 있기 마련인데, 나라고 오죽 하겠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다'라는 말이 마음에 붙기 시작하면, 사실 의사결정은 쉬워진다. 합리적인 판단을 막았던 감정의 불편함이 사라진 만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사한 회사 vs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미지의 세계, 안 가본 직장으로의 이직을 고민할때와는 다르게 훨씬 클리어하게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쪽팔려, 창피해'는 이직을 결정짓는 핵심요소가 아니다.
창피함(shame)은 과거의 경험에 기초하여 재생산, 재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다시 돌아가면 (과거의 그 경험처럼) 매우 창피할 것이다'
최근의 경험이나 실패로, 나에 대한 부족함과 못마땅함이 내 머릿 속에 그득할 때가 있다. 혹시, 이 시점에서 내가 느끼는 창피함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점검해보시면 좋겠다.
만약 영향을 받고 있다면, 먼저 머릿 속에서 그 생각들을 접어두고, 머리를 가볍게 하길 추천드린다. 잘 안된다면, 샤워를 하는 것도 방법이고, 잠시 낮잠을 자는 것도 방법이다.
스피노자가 쓴 ‘윤리학’에 보면 이런 글귀가 나온다.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정확히 고통이기를 멈춘다”
고민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그 감정에 정확히 네이밍을 해보시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수치나 두려움이라면, 그것에 대해 내가 믿을 수 있는, 특히 내가 친애하는 사람과 얘기해 보자. 성경에 보면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는다’라는 문구가 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때, 그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격려와 사랑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재입사에 대한 고민을 더 가볍게 합리적으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퇴사를 무조건 권면하는 것은 아니다. 퇴사각인지, 먼저 기본적인 사항들은 살펴봐야할 것이고 (https://brunch.co.kr/@fullarmor/57), 이 글은 그 다음단계에 대한 글이다. ^^
재입사를 고민하시는 사유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유들이 '마음의 불편함, 창피함'을 이유로 고려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한 옵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입사도 이직의 한 옵션으로써, 다른 옵션들과 동일 선상에서 검토하고 선택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퇴사를 11번 해 본 유경험자로써(ㅎㅎㅎ)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고 슬며시 한번 더 제언드리고 싶다 ^^
https://brunch.co.kr/brunchbook/discoverquitj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