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 the Deer Apr 28. 2023

혹시 퇴사를 참으셨나요?
네, 저도요.

feat. 퇴사 참기

Intro.


- 벌써 몇번째 직장인데.. 또 퇴사를 할수는 없다.

- 아 못해먹겠다. 이러다 죽겠다. 그냥 그만 두자.


이 두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고 또 잡아먹었다. 자웅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다. 아마도 괴로울만큼 괴로우면서도 선택에 따른 결과의 무게를 알기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벌써 몇십번이나 회사를 나오고 다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신중한 건 좋지만, 생각이 길어질수록 머리는 복잡해지고 마음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퇴사를 참았다.


이번에 퇴사를 참았다. 그래서 괴로웠다. 처음에는 선택의 무게를 알기에 참았다. 길거리에 나앉을수는 없으니. 그러나, 괴로움이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임계치에 도달할때면,  심장이 아플만큼 괴로웠다.


뭐가 그리 죽도록 괴로웠을까?


결국


이런 저런 일이 있었고,

이런 결과가 있었고,

저런 결과가 있었고,

그것에 따른 이러저러한 조치가 있었고...


속상하다가,

분노가 치밀고...

삭히고.

화가 나고...

다시 진정하고.


그렇게

감정의 감정을 찾아

파고파고 들어가 보니 결국 남는건,


부당함, 억울함 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참 익숙한 감정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이런 감정이 한번도 들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발견한 점.


이번에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한달 정도 한 것같다. 그리고 거의 한달째인 오늘.


깨달은 점이 있다. (깨달아서 감사하다)


전환점은 네이밍을 해본 것이다.

 복잡한 심경을 '어려움'이라고 이름지어보았다.


어려움.



만약

내가 겪는 어려움의 형태나 모양을 무시하고,그 무게만 잴 수 있다면, 과거의 직장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지금의 어려움의 무게가 크게 다를까? 그때는 가벼웠고, 지금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가?



아니다.


결국 직장생활의 굴레 안에 속하는 어려움이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리 고통스러웠는데 그 정도의 어려움이었다니.

싱겁기까 하다. 

내가 삼켰던 그 괴로움이라는 쓴 넘김이 사실은 그리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Outro.


모든 퇴사의 사유를 일반화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퇴사하지 말자는 얘기도 아니다. 퇴사를 단순히 참거나 미루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객관적으로 감정의 치닫음과 상처를 뒤로 하고, 판단을 해보자는 것이다. 상처가 난 상태에서는 온전히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네이밍을 해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일반 직장생활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난다고 결론이 난다면, 퇴사나 이직을 안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한번도 안해봤다면, 경험상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그 무게를, 감정을 뺀 그 무게를 달아보고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하나뿐인 인생,

아까운 손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뒷담화, 그 후련&씁쓸함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