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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Feb 16. 2023

연봉협상, 그 피할 수 없는 자리.

Intro.


연봉협상을 하는 자리는 참 묘한 자리이다. 

서로 사이가 나쁘지 않은 관계라도, '연봉협상' 타이틀 아래 만나게 되면 뭔가 어색하고, 말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연봉협상을 5분만에 끝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1시간 가까이 하기도 한다. 


연봉협상 5분했다고 나쁜 결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연봉협상 1시간 했다고 모두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례행사(?)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자리다. 


'저는 이번에 안할께요'


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연봉협상 자리의 의미.


엽봉협상의 자리는 우리의 어색함과 불편함을 넘어 상당히 중요한 자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회사에 대한 나의 업적을 구두로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평가자는 그동안 당신을 지켜보며, 당신과 대화 나눈 것들, 그리고 업적들을 보며 연봉을 책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평가에 오해가 있다면? 그럼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바로 당신 뿐이다. 


평가자 주변에 당신의 든든한 측근들이 있어 얘기할 수 있는 채널이 있지 않는 한, 당신을 위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주어진 자리가 연봉협상 자리이다. 따라서, 당신은 이 자리에서 당신의 업적을 얘기해야만 한다.



불편함이 문제가 아닌 자리.


웬지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이 자리는 나의 평가자분들(내 앞에 앉아 있는 분과 그 자리에는 없지만, 그 위에 계신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어필하는 자리다. 설령 말실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평가자 입장에서 '얘가 말을 이렇게 하더라. 연봉깎자'라고 할 수 없다. 연봉협상이라는 자리의 중요성과 동시에 피평가자의 스트레스가 있음이 그분들에게도 충분히 감안되어진다. 따라서, 굳이 말을 아낄 필요가 없다. (물론 쓸데 없는 말을 할 필요도 당연히 없다)


말은 해야 한다. 다만, 말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된 연봉협상.


나는 연봉협상 자리의 목표가 '몸 값을 올리자'가 되면, 무리수가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1차 목표는 우선 "평가자가 나의 노고에 대한 팩트를 (모조리) 인지하고 있는 지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1차 목표에 모두 공감한다면, '보상'으로 대화는 자연스럽게 옮겨지기 마련이다


연봉협상 자리에서 얘기를 잘하려면, 


- 어떤 업적에 대해 내가 얘기할 것인지

- 그 얘기를 뒷받침 하는 객관적 사실들이 무엇인지

- 그에 따른 내 감정이 어떠한지 (살짝 비추는 정도. 메인이 되면 안된다)

- 그래서 내가 회사에 기여한 것은 무엇인지


준비해서 얘기해야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업적을 얘기할 지 선택하는 것이다.


- 임팩트가 큰 것 위주로 2~3개 정도 얘기할 것을 계획하자.

- 자질구래 다 얘기하면, 결국 감정이 섞이거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늘어놓지 말고 간결하게 얘기한다.


- 만약,  내가 얘기 할 주제를 평가자가 안다고 해도 묵묵히, 하지만 간결하게 얘기해야 한다 (이 때는 나의 어떤 노고가 이 업적에 있었는지 설명하는게 중요하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 평가자가 '알고 있다'라는 말로 중간에 끊으려고 하더라도, 얘기해야 한다. (그 분이 화내지 않는 한). 그래서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는 팩트 위주로 한다.


- 이야기는 팩트 기반 위주로 한다. 

- 징징대는 분위기로 얘기하면 안된다. 감정에 대해서는 힘들었다, 쉽지 않았다 정도로 간단히 얘기만 해도 그분 들도 느낌을 안다. 감정에 대한 얘기가 많아지면, 대화는 산으로 갈 것이다. 



이게 소용이 있는 것인가?


'에휴 뭐 얘기해봤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준비해가서 '이런 이런 일들을 했고, 이런 일들을 하면서 이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렇게 잘 극복해서 회사에 잘 기여 했다.' 라는 얘기를 명료하게 대화해 나간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물론 당장 좋은 보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연봉협상에 제대로 임한 사람, 본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으로. 그리고 눈 여겨 볼 것이다. 


'나도 너랑 같은 처지야'


어쩌면 평가자도 '힘이 없는' 사람일 수 있다. 상관없다. 그렇다면, 나는 말을 해서 그분에게 부담을 지어야 한다. 마치 영화 메멘토처럼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눈 여겨 볼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참고로, '나도 너랑 같은 처지야' 라는 말로 나의 의지를 무마시키려 한다면, 그 말에 굳이 대답할 필요 없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게 내가 할 몫이다.)



Outro.


연봉협상이 끝나고 나면 항상 남는 생각들이 있다.


'이 말도 했었어야 했다.'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ㅎㅎ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준비된 연봉협상은 분명 좋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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