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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Feb 23. 2024

신발 속의 돌멩이 그리고 직장생활.

아침 출근길이었다.

신발 안에 돌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길을 멈춰서 돌을 빼면, 지하철을 놓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그 느낌을 무시하고 계속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왕건이 인데?'

'제법 크다. 어떻게 들어왔지?'


역 승강장에 도착해 신발을 벗었다

(젊을때는 나름 구석에 가서 신발을 주섬주섬 벗었는데.. 이제는 나이탓인지 그냥 벗는다. 누가 보든 말든 ㅎㅎ)


신발을 뒤집어서 신발을 통통 두들겼다.


'얼마나 큰게 나올까?'


신발에서 무언가 나왔다.


아주 작은 돌멩이가 나왔다.

심지어 땅에 부딪히는 소리도 안들릴 정도로 작은 돌멩이었다.

자세히 보니, 쌀알의 반토막한 돌맹이가 나왔다.


순간 뭔가 허탈했다. 


'별거 아니었네 ㅎㅎ'


혼자 베시시 웃고는, 방금 도착한 지하철역에 몸을 실었다.




문득, 직장생활의 불편한 인간관계도 이런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불편하다 못해 너무 싫은 그 사람을 생각할 때, 그렇게 삶이 힘들수가 없다.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왜 나한테 이러지?'

'어디서 이런 사람이 나한테 왔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다가 인생이 암울하다는 지경으로 넘어가게 된다.

전문용어로 '쓴마음.'



그러나 정말 신기하게도, 

퇴사를 하게되면, 그 직장에서 신음하던 인간관계는 깨끗하게 정리가 된다.

엉키고 엉켜서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문제가 단박에 풀리는 것이다.



나중에는 

그 인간관계와 고통은 한없이 작게 느껴지고,

오히려 그 사람이 보고싶어 궁금해지기도 한다. 


마치 신발 터는 것처럼 간단한 일인데,

그 신발안에 있을 때는 왜 그리 힘이 드는지.


인생까지 쉽게 등장하고, 몸과 마음이 다 아프기도 한다. 


그 신발 안에 있으면서 

'이거 그냥 조그만한 돌이야 괜찮아'

라고 머리는 말하지만,

감정은 서서히 누적되어져 간다.


마치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모른다'는 말처럼 말이다. 


'신발 속의 쪼그만 돌과 같은 일일 뿐'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알게된다면,

직장생활의 인간관계도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결국 마음 먹기에 달린거야'

이런 몽뚝한 말로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


마음.


마음의 문을 열어 정말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면,

그 사람마저 다시 보고싶어지게 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꺼 같다는 묘한 기대감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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