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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엄마의 엄마가 되어줄게

by yeon

우리 가족은 어릴 적 이미 해체되어있었고 엄마와 나는 보통의 모녀처럼 가깝거나 살뜰한 사이는 아니었다.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 진 후 그동안 했던 엄마와 추억하나 만들지 못했단 사실이 사무치게 후회되었다.


모든 것을 감내할 테니 살려만 달라고 빌었고 엄마는 생과 사 싸움에서 이겼지만 아이가 되어 돌아왔다.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게 없고, 가끔 눈앞에 나를 못 알아보고 딸을 찾는다.


나중에 언제 일진 모르겠지만 엄마 소풍 끝나는 날, 영정 사진 앞에서 아주 조금의 후회라도 덜고자 간병을 시작했다.


간병을 시작하면서 몰랐던 엄마의 모습도 보게 되었고, 길었던 병원 생활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모든 것을 감내한다 했지만 생각보다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고, 난 아직도 양가감정으로 내면에서 싸우기도 한다.


엄마의 죽음을 꿈꾸기도 하며, 자유를 원하기도 하지만 내 손을 잡고 있는 엄마의 손이 사라질까 무섭기도 하다.


한 여자로서 바라본 엄마의 삶에 연민이 들면서도 나 자신에게도 연민이 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대상이 없는 분노는 나에게 돌아와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하며 어릴 적 아물지 못했던 상처까지 녹슨 못처럼 튀어나와 나를 찌른다.


이 케케묵은 모든 감정을 쏟아내야 엄마가 쓰러진 날로부터 멈춰진 내 삶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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