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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수정 May 18. 2022

병원에도 브랜딩이 필요할까요?

프롤로그



우리나라에서 당장 내일 오전에 갈 수 있는 치과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전국에 걸쳐 1만8천여 개의 치과가 전국 곳곳에 빼곡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만입니다. 게다가 비용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는 보험으로 2개까지 가능한데다, 수가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환자에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시스템의 이면에는 의료 공급의 과잉이라는 문제도 숨어 있습니다. 가령 피곤하거나 숙취가 있을 때 스마트폰으로 '수액치료'를 검색해보세요. 수십 개, 수백 개의 서로 다른 병원들이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이들은 온라인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수액치료'를 검색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



환자가 안과를 찾을 때만 해도 그렇습니다. 돈 5만 원이면 수십 가지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차비는 물론 마스크와 음료까지 손에 쥐어주기도 하죠. 그런데도 환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져 병원마다 아우성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불친절하다’, ‘진료비가 비싸다’라는 악플이 쏟아집니다.



전쟁터 같은 개원가의 현실


이것이 현재 개원가가 처한 현실입니다. 의료공급 과잉시대의 치열한 전쟁터 같은 모습이죠. 접근성이 좋고, 수가가 낮으니 환자의 의료 서비스 이용은 갈수록 늘어납니다. 하지만 경쟁 역시 갈수록 심화되어 상가건물에 슈퍼마켓보다 병원이 많을 지경이에요. 따라서 많은 병원들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를 찾아온 원장님들은 하나같이 제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해법을 찾아달라고 컨설팅을 의뢰해옵니다.  



 "아무리 마케팅에 신경을 써도 매출과 초진이 정체상태입니다."

 "소개 환자, 재진 환자가 늘지 않네요."

 "매출은 오르는데, 행복하지 않고 늘 불안합니다."

 "직원들이 계속 이직하는데,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소위 의사는  벌이가 좋다고 여겨지는 대표적인 전문 직종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저수가 정책이 계속되자, 이제는 이런 말도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맘카페 악플러  사람으로 인해 소아과가 갑자기 폐업하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더구나 코로나 19 인해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의 폐업율은 개업율을 앞섰습니다. 이건 마치 끝도 보이지 않는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입니다.



일단 개원을 하게 되면 직원 관리, 임대료, 보험 청구, 재료 장비 구매, 병원 환경 개선, 마케팅 등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막 개원한 병원에 행정팀이 따로 없다 보니 이 모든 걸 원장이 직접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료, 인테리어, 장비 등 환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올라간 나머지, 트렌드에 맞춰 무리하게 대출을 받다가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 해본 동업이 깨지면서 위약금과 빚을 떠안게 된 경우, 인건비 줄이려고 원장 사모가 조무사 시험 보고 입사(?) 한 경우, 전문의 자격으로 오픈했지만 경영난으로 6개월 만에 폐업을 하시는 분 등 저마다의 고충이 없는 분들이 없습니다.     



이처럼 개원가는 정말 매일매일이 전쟁입니다. 한치 앞을 예측할  없는 살벌한 진료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필자가 아는 지인 중에는 인천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여자 원장님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병원의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고 말았습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상황은  심각합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사망원인 4위가 자살이지만, 의사 직군에서는 3위로 의료인들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한국 의료 종사자의 건강과 사망률,대한의학회지,2022)   산부인과 의사의 자살비율은 연간 1000명당 5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저출산, 저수가, 고위험, 고비용 등으로 인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수많은 의료기관 간판




ㅣ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


이 글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극심한 경쟁 가운데에서 살아남으려면 오직 한 가지, 환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받으려면 남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병원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브랜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환자들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뚜렷한 차별화의 요소를 찾아야만 합니다.     



제가  책을 통해 병원 브랜딩을 말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 명확합니다. 브랜드야 말로  시대의 가장 강력한 차별화 도구이자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모든 사업전략은 다름아닌 브랜딩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이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일찌기 ‘브랜딩은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말한  있습니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실패하면 의미 없는 광고비로 겨우 버티거나, 종국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결국, 브랜드입니다. 가장 안전하고, 가장 탄탄하게 병원을 운영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책이 개원을 이미 했거나, 준비 중인 원장님들에게 조그마한 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개원을 했지만 마케팅과 브랜딩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분들에게 속시원한 해답이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학원이나 식당, 자영업자분들에게도 경험에 기초한 현실적인 대안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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