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병원 브랜딩의 시작
“지금까지의 광고는 효과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눈에 띄게 파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싶습니다.”
병원 원장님과 면담할 때마다 브랜드 컨셉에 대해 종종 듣는 말입니다. 심지어 어떤 원장님은 브랜드 컨셉을 필요할 때마다 뚝딱하고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오해입니다. 컨셉을 광고 카피 정도로 생각하거나, 필요하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슬로건 정도로 생각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브랜드 컨셉이란 한 마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티의 ‘핵심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컨셉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네이밍,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의 선택에 있어서 브랜딩의 모든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정수만을 응축하여 옮겨놓은 핵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컨셉은 명확한 병원 정체성에 기반해 많은 고민과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도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컨셉을 잡는 일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모내과의 브랜드 컨셉은 ‘참다움’입니다. 이 병원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마음과 실력, 소명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한 ‘참다움’은 이 병원의 네이밍은 물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구성원의 충원에 이르기까지 핵심적인 기준이 됩니다. 참다운 가치는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으로 승화되고, 진료시스템은 ‘참다운 진단, 참다운 검사, 참다운 서비스, 참다운 치료’로 구체화되어 올바르고 진실되게 진료하겠다는 브랜드의 소명의식이 반영됩니다. 심볼은 정배열 형태를 통해 정직하고 공정성 있는 참다운 진료를 상징화합니다. 이처럼 컨셉은 전방위적으로 브랜드를 구체화하는데 중심 기둥이 되고, 다양한 브랜드 활동의 방향성과 허브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개원을 앞둔 원장님에게 있어 병원의 브랜드 컨셉을 정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이후 이어질 모든 브랜딩 작업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브랜드 컨셉을 가진 병원이 될 것인지 고민하고 분석하는 작업은 개원 기획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미 개원을 한 원장님에게는 다시금 병원의 방향을 되짚어볼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하죠. 이 밖에도 공동개원을 해서 경영자가 여러 명인 경우는 서로의 공감대가 만들어가는 과정이 됩니다. 그 결과 내부 직원들과 고객이 모두 인지할 수 있는 단일한 정체성을 비로소 확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혹 이니스프리란 브랜드를 아시나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친환경 컨셉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사실 이 브랜드는 시장에 처음에 나왔을 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느 영국 시인의 시에서 따온 브랜드명도 모호한 감이 없지 않았죠. 그런데 브랜드 컨셉을 ‘제주’로 정하면서 이 브랜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해외의 유수한 브랜드와 맞짱을 뜨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죠.
그렇다면 이런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주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푸른 바다, 바람, 돌담 같은 제주도 특유의 청정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화장품입니다. 어떤 화장품보다 청정의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모레퍼시픽은 ‘제주’를 모티브로 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합니다. 제주 한란, 화산송이, 그린티 같은 제품을 만들어낸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광고도 제주에서 촬영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니스프리 하면 제주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브랜드의 놀라운 성장으로 이어졌죠.
따라서 컨셉은 즉흥적으로 쉽게 도출되어선 안됩니다. 혹은 트랜드만을 추종해서는 안됩니다. 차별화하겠다고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컨셉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요소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기업의 철학이나 소비자 니즈보다 우선되면 안되는 거죠. 자기다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먼저 필요합니다. 철저하게 논리적인 과정에 따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만들어가고자 하는 인내와 의지가 필요합니다. 마케팅 전문가 홍성태 저자는 그의 책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마케팅 1.0’ 시대의 마케터들은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설득시키려 했다고 말합니다. ‘마케팅 2.0’ 시대에는 감성을 움직이려고 했다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마케팅 3.0’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영혼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심지어 컨셉을 브랜드의 스피릿(Spirit, 혼)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컨셉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컨셉이라는 게 보이지는 않지만, 브랜드의 영혼이라 할 만큼 중요하죠. 어찌보면 브랜드 컨셉을 관리하는 일이 마케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병원 간의 진정한 경쟁은 환자들의 인식의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병원의 의료서비스 품질이 비슷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곧 브랜드가 더 중요해졌다는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우리 병원을 어떤 병원으로 인식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떤 컨셉의 브랜드로 만들어갈 것인가와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복해 말하지만 컨셉은 브랜드의 핵심이자 병원이 존재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이 컨셉을 환자들이 인식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환자들이 수많은 병원들 가운데 우리를 기억하고 선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컨셉은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그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단지 좋아 보이는 남의 가치를 컨셉으로 어필하거나 차별화 강박증에 빠져 사실이 아닌 튀는 연출로 속이는 것 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 병원의 컨셉은 사실적 정보를 바탕으로 나아가 남들이 가지지 못한, 오직 우리만이 가진 본질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진정한 차별화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음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