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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덩이 Jan 11. 2023

[미술] 기초 소묘 Day1. 명도 차이 표현하기

연필로 표현하는 명도 차이는 덧칠이 아닌 힘의 강도로 표현하는 것이다.

2023년 1월 2일부터 올해 목표는 그동안 계속 하고 싶었던 '미술 배우기'로 정하고, 무작정 미술학원에 가서 등록했다. 


처음에 가자마자 실장님께 "우주를 그리고 싶습니다" 라고 해서 실장님이 살짝 당황해 하시긴 했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느낌을 보여주니 충분히 그렇게 그릴 수 있다고 우주를 그릴 수 있는 수업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우선 아크릴로 우주를 그리기 위해서는 아크릴 물감을 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수업 1,2회차 때는 아크릴로 그림을 색칠했다. 내가 등록한 학원은 회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색깔로, 어떠한 형태로 해도 상관없다고 하셔서 내가 좋아하는 색깔 위주로(주로 보라색..) 칠해 보았다.


동그라미는 컴퍼스로 만들었고, 처음 칠했을 때는 잘 칠해지지 않았지만 몇번씩 덧칠하니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칠해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노래 들으면서 예쁜 물감 색깔들을 쓰니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되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선생님께서 다음 수업 때는 본격적으로 우주를 아크릴로 그릴 수 있도록 수업해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문득 내가 우주를 '그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쭤보았다.


선생님께서 우주 그림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빠르게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있으나, 어떠한 사물을 그려내는 기초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초 소묘 수업이 필요하긴 하다고 하셨다.


영어로 예를 들자면,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영어 문장을 외우게 해서 그것을 빠르게 말할 수 있게(우주 그림) 도와주실 수는 있지만, ABC나 주어 동사 등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익혀야(기초 소묘) 나중에 내가 직접 영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평소 미술 이라는 분야에 대해 흥미가 많고, 언젠가 나만의 것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나는 그렇다면 지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영어 문장을 외울 것이 아니라 ABC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영역의 공부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기본기'라고 느낀다. 어떠한 어려움이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언제나 해답을 주는 것은 기초 지식이고, 어떠한 지식이든 기초 지식을 토대로 쌓아야 견고하게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주 그림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기초소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기초소묘 수업 Day1


1.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의 차이 

- 결정적 갈림길: 사진기술의 발명(1800년대초)

: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 미술은 사물이나 사람을 누가 더 정확하게 그리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당시에는 사진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화가들이 실제와 가장 비슷하게 풍경사진이나 초상화를 그렸다.  그리고 사진 기술이 발명되면서 실제와 차이가 없이 똑같이 그리는 것의 가치가 줄어들었다. 아무리 똑같이 그려도 사진보다 똑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현대미술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고전미술은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사진의 발명으로 더이상 사물을 있는 그래도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는 현대미술에서는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현대 미술 전시회를 가기 전에는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 등 작가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공부를 미리 하고 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우선 나와 같은 초보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리는' 고전 미술 공부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내면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도,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 미술의 시작: 관찰

- 사물을 본다는 것은 눈으로 사물에 반사되는 "빛"을 보는 것이다. 사람을 보통 무언가를 본다고 하면 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언가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은 언제 어디서나 공짜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망각할 때가 많지만, 빛이 있어야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 그림 그리기를 시작할 때에는 내면에서 상상하는 것을 그리면 안되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관찰하여 있는 그대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관찰은 사물이나 사람에 큰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는 것이고, 이는 곧 사랑이다.


3. 미술이란 3차원에 존재하는 것을 2차원으로 옮기는 것

-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명인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미술작품에 존재하는 것은 실제가 아닌 실제를 재구성한 허구이다. 

- 실제로 존재하는 사과, 사과의 사진, 사과 그림 이렇게 세 가지가 있을 때 어떠한 것이 가장 비쌀까? 비싸다는 것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과의 사진과 사진의 그림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과보다 더 많은 가치를 품고 있을 때 사과 그림이 실제 사과보다 더 비싼 것이다.

- 예술가들이 가진 예술 세계, 예술관, 철학 등의 가치가 사과 그림에 담겨있을 때 실제 존재하는 사과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4. 색의 3요소: 색상/명도/채도

- 명도) 밝고 어두운 정도

- 채도) 맑고 탁함의 정도 (다른 색과 섞이지 않은 삼원색(3순색): 빨강, 노랑, 파랑)

: 예를 들어 빨간색과 하얀색이 섞인 분홍색은 채도는 낮아지고, 명도는 높아진다

- 색이 많을수록 입체감이 늘어난다. 단색으로는 입체감을 표현할 수 없고, 색이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입체감이 표현된다.




우선 여기 중간에 그려져 있는 페리에 병은 오늘 수업을 시작하면서 선생님께서 '아무런 코치도 하지 않을테니 어릴적에, 학창시절에 그림을 그릴 때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해서 하나의 사물을 그려 보아라' 라고 지시하셔서 그린 것이다.

사물을 관찰해서 그림을 그리는 경험이 많지 않아 처음에 당황스러웠지만, 차분히 페리에병을 관찰하면서 하나하나 그려 나가니 (전혀 완벽하지는 않지만)나름 페리에병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는 있게 그려낸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사물을 보는 능력'이 어느정도 있어서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후후)


이번 수업에서 본격적으로 한 것은 명도 차이를 연필로 표현해내는 것이였다.

왼쪽은 8단계로, 오른쪽은 4단계로 나누어 화이트부터 블랙까지 단계를 나누어 명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나는 명도는 색깔을 덧칠할수록 색이 진해지는 것인줄 알았는데, 절대로 동일한 힘의 크기로 덧칠한다고 해서 명도가 낮아지지 않았다. 명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더 세게, 힘의 강도를 조절해야 했다.

처음에는 아주 살살, 그 다음에는 조금 더 힘을주고, 마지막에는 최대한 힘을 줘서 연필로 칠해야 한다. 

(이 작업을 해보니 팔이 진짜 아프다.....ㅠㅠ)

덧칠이 아닌 힘의 강도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덧칠하면 더러워지기만 하고, 명도가 낮아지지는 않기 때문에 최대한 한 번에 균일한 힘으로 각 단계의 칸을 꼼꼼하게 칠해야 했다. 

이래서 미술 입시생들이 이러한 형태의 명도 연습을 끊임없이 하는 거구나.. 하고 느꼈다.


기초 수업이라 알록달록 예쁜 아크릴을 사용할 때보다는 조금 더 도를 쌓아가는(?) 수련하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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