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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20. 2021

배우는 즐거움

 전원주택에 살 때 나무를 잘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무가 없으면 모르겠는데 나무가 있으면 잘 가꾸어야 한다. 사람이 화장을 하고 옷을 잘 입어야 하듯이, 나무도 잘 가꾸어야 보기가 좋다. 그런데 나무가 있어도 관리를 못했다. 

    

  예전부터 조경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조경을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금년 봄에 조경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조경을 배우니까 전지치기를 하는 방법을 실습할 기회가 생겼다. 나무는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잘 가꾸어야 잘 자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잘 키워야 한다.     

 

 조경을 배우는 사람들과 제주도를 왔다. 2박3일 일정이다. 제주도를 오랜만에 오니까 기분전환이 된다. 코로나19로 조금 염려도 되는 부분도 있다. 비행기도 좌석이 한 좌석 걸러서 앉는 줄 알았는데 빈 좌석이 없이 꽉 찼다. 그래도 제주도는 코로나에 위험하지 않다고 해서 안심을 했다. 

 제주도에 내려서 점심을 먹은 곳은 식당 옆에 LED수경재배 농장이 보인다. 채소를 길러 식당을 공급하는 곳이다.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이 나온다. 앞으로는 농사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의 귀재인 워렌 머핏은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부분은 농업이라고 말했다.          


  나는 농사를 하기에는 너무 늙었다. 하지만 간단한 조경이나 원예는 하고 싶은 이유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노후에 활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미국의 사상가인 에머슨은 자신의 수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낚시나 사냥 혹은 원예를 배우고는 것은 마치 그가 사회에서 버림받을 때 그의 생계를 안전케 하고 친지들을 괴롭히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로 목회상담에서 이룬 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폴 투르니에도 《노년의 의미》에서 에머슨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 삶은 필연적으로 연속성을 갖는다. 은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학 연구에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예전부터 목공과 낚시, 원예와 독서 등 개인적인 활동을 즐겼던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그 일을 계속하며 즐겁게 살아간다. 반면에 직업적인 일 이외에 다른 취미가 없었던 사람들은 은퇴 후에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둘째는 치매예방을 위해서이다. 원예활동, 정원수를 가꾸는 일은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치매전문박사인 박주홍은 자신의 저서 《영뇌 건강법》에서 말한다.  


 “마음과 몸의 휴식반응을 유발하도록 해서 도파민, 새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잘 분비되도록 하여 두뇌의 기억회로를 활짝 열어 주어 치매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오락치료이다. 낚시, 연날리기, 꽃, 관상수, 과수, 채소 등의 식물을 가꾸고 즐거움을 찾는 원예, 장기, 바둑 등이다.”    


  키케로는, ‘나이 든 로마인들이 문학이나 철학보다는 오히려 포도재배나 과수원 가꾸기, 양봉, 정원 손질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조경을 배우면서 제주도 여행도 한다. 덕분에 머리도 식히는 시간을 갖는다, 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서 즐겁다.              20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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