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과 희망
젊어서 직장을 다닐 때는 한 달만 휴가를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달력에 빨간 날이 기다려졌다. 빨간 날이 연이어 있으면 왠지 기뻤다. 은퇴한 뒤로 몇 달은 좋았다. 손주와 놀아주는 게 좋았다. 손주도 다 크고 나니 뒷방 신세가 되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할 일이 없다. 젊었을 때는 연휴가 기다려졌다면 이제는 일이 기다려진다. 늙어서도 일을 하는 사람이 부럽다.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몰랐다.
《행복한 청소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아저씨는 행복했어,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자기가 맡은 거리와 표지판들을 사랑했거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행복한 일이다. 사랑할 상대가 없으니 반려견 · 반려묘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은 사랑을 나눌 때 행복하다. 아내와 사랑을 나눌 때 행복했고, 손주를 돌봐줄 때 행복했다. 젊어서는 사랑을 받는 게 좋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을 나눌 때 행복해지는 걸 몰랐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랑이 있을 때 사람은 성장한다.
내일의 희망은 사람에게 힘을 준다. 일에 대한 희망, 가족에 대한 희망이 있다.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인간에게 에너지를 준다. 늦게라도 희망을 크게 갖고 싶다. 희망은 뜬구름을 잡는 게 아니다. 희망에는 자세한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 때 더 크게 내 앞으로 다가온다고 본다. 0312.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