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구나.
내가 젊었을 땐, 누군가에게 묻고 배우고,
시간이 걸려야 알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는 기계가 단번에 알려주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너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똑똑한 세상에서
자신과 자녀들을 키워갈 테지.
하지만 나는 요즘 자주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단다.
기계는 똑똑해질수록, 사람의 마음을 잃게 하지는 않을까?
기계는 감정을 흉내 내지만, 누군가의 눈빛 속에 숨어 있는 슬픔을
알아채고 안아줄 수는 없단다. 그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고, 기다려주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그게 바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정서’라는 거란다.
그리고 그 마음은 말처럼 자동으로 생기지 않아.
아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상처 났을 때 곁을 지키고,
"괜찮아"라는 말에 진심을 담는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거지.
나는 솔직히,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부모가 된 사람이었다.
사랑은 했지만, 그 사랑을 따뜻하게 꺼내 보이는 법을 몰랐고
기쁘고 슬픈 순간에 마음을 나누는 법도 익히지 못했다.
“울지 마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그 시절,
칭찬보다는 걱정이 앞서던 내 말투가
너희 마음에 상처를 남기진 않았을까 늘 마음에 걸린다.
이제 와서야 깨닫는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감정의 이름을 함께 불러주는 부모라는 것을.
그래서 부탁하고 싶다.
너희는 너희의 아이들, 그러니까 나의 손주들에게
‘긍정적인 정서의 부모’가 되어주기를.
지금 세상은 빠르고 불안하며, 감정이 쉽게 다치기 쉬운 곳이니까.
그러니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그 감정이 “존재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렴.
화가 날 땐 “화가 날 수도 있지”
기쁠 땐 “정말 즐거운 일이구나”
슬플 땐 “그럴 때도 있어, 내가 옆에 있어 줄게”
그런 말들이 아이의 마음속에
“나는 안전한 존재야”라는 뿌리를 내려준단다.
그리고 하루 5분, 가족끼리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렴.
지친 하루 끝에 자신을 다독이는 연습을 하기를 바란다.
1. 오늘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을 떠올려 보렴.
2. “그렇게 느낀 나도 괜찮다”고 말해줘.
3. 오늘 고마웠던 일을 하나 떠올려 보렴.
4.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렴. “나는 오늘도 참 잘 해냈구나.”
그 짧은 시간이 너희 마음을 회복시키고, 아이에게 더 따뜻한 부모가 될 수 있게 도와줄 거다.
“오늘 힘들었지? 그래서 속상했겠구나.”
“너는 네 마음을 잘 표현했어. 그게 참 멋진 일이야.”
“아빠도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어. 같이 이야기해 보자.”
이런 말들이 한 아이를,
자기감정을 존중하고 남의 마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키운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희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부모란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나서 후회했던 순간,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사과한 순간,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마음을 다독였던 그 순간들.
그 모든 순간이,
너희가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버지는 그런 너희가 자랑스럽다.
비록 아버지는 많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너희 덕분에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말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란다.
너희가 손주들에게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풍요로운 마음, 따뜻한 정서, 그리고 공감의 언어라고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인데,
자신의 정서를 모른다면,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되니까.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아버지는 너희의 길을 믿고,
그 걸음을 끝까지 응원한다.
그리고
부족한 아버지를 이해해 주고, 이토록 따뜻한 부모로 자라주어 진심으로 고맙다.
2025 05.30.
언제나 너희를 사랑하는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