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불안
안녕, 오래 살아낸 나는 정말 대단해!.
오늘은 문득 너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어.
창밖으로 스미는 저녁 햇살처럼 마음이 조용히 스러지고, 오래전 기억들이 조용히 걸어 들어오는 날이야.
나이의 주름살에 불안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함께 앉아 있다는 걸, 나도 느끼고 있어.
예전 같지 않은 손놀림, 자주 잊히는 단어, 한 칸씩 느려지는 걸음걸이.
거울 속 얼굴이 낯설고, 밤이면 이름 모를 두려움이 문턱을 넘지.
자식들의 목소리는 멀고, 친구들의 이름은 점점 하늘 아래로 사라지고,
그 모든 것이 마음 한 귀퉁이를 쓸쓸하게 흔든다는 걸, 나는 잘 알아.
하지만 그런 너를 나는 안아주고 싶어.
정말 수고 많았다고, 여기까지 참 잘 와주었다고 말해주고 싶어.
세상이 몰라준 고단한 날들을 묵묵히 지나온 그 강인함을
이제라도 내가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
불안은 약한 마음이 아니라, 깊은 삶의 징표야.
두려움은 끝이 아니라, 아직 사랑하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증거야.
그러니 너무 겁내지 말자. 감추려 하지도 말자.
그 감정들마저 나의 일부로 품으며, 살아 있는 오늘을 차분히 받아들이자.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어도
남은 날들을 더 따뜻하게 살아낼 수는 있을 거야.
햇살 좋은 날에는 공원을 산책하고,
비 오는 날엔 음악을 들으며, 마음에 영양분을 주자.
그리고 오늘도 이렇게 말해주자.
“괜찮아, 잘했어. 오늘도 참 애썼구나.”
살아줘서 고맙고, 견뎌줘서 대견하고,
이토록 오래도록 나로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한다.
언제나 너를 믿고 응원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