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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쇼핑

사랑하는 딸에게

by 마음 자서전

내가 사랑하는 딸에게

요즘 네 얼굴을 보면, 마음이 참 많이 아프구나. 밝던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지루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쇼핑을 반복하는 너를 보면

아빠는 조용히 네 곁에 앉아만 있고 싶어진단다.

어떤 순간엔 뭔가를 사는 게 위로가 되는 걸 아빠도 알아.

잠시 기분이 나아지고, 허전함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


하지만 딸아!,

그 기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않니.

지출이 늘어나고, 카드값이 쌓이고,

결국 후회와 자책, 더 깊은 불안으로 되돌아오는 이 길이

네 마음을 점점 더 다치게 하지 않을까?

아빠는 그게 두렵단다.


아빠는 너에게 "그만해라" 하고 말하고 싶지 않아.

다만, 이 악순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단다.

예를 들어,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바로 사지 말고 24시간을 기다려보자.

이걸 "쇼핑 24시간 법칙"이라고 한단다.

딱 하루만, 그 물건을 머릿속에서 조금 떨어뜨려 보면

진짜 필요한지, 아니면 감정이 흔들려서 사고 싶은 건지 알 수 있어.

그 하루가, 너를 지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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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2015년 2월 27일에 읽었던

에이프릴 레인 벤슨이라는 심리학자가 쓴 책 《쇼핑》에서 전해주고 싶은 문장이 있다.

“무엇을 위해 쇼핑하는가?”

– 자신감을 얻기 위해?

– 안정을 되찾기 위해?

– 중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 사랑을 채우기 위해?

– 과거의 상처를 덮기 위해?

– 덜 나쁜 중독이라 여기기 때문에?

– 무언가를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얻기 위해?

이런 질문 뒤에 그녀는 말한다.

“쇼핑을 위해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는 있다. 문제는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마음속의 공허함은 그 어떤 물건으로도 채울 수 없다.”

이 글을 읽고 아빠는 너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나리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구나.


딸아!,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

1.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 조용한 공간에서 하는 요가, 스트레칭, 실내 걷기

* 음악 틀고 방 안에서 가볍게 몸을 흔드는 유산소 운동

2.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 공원 산책

* 배드민턴, 탁구, 가벼운 체조 프로그램 참여(강서구 시설관리공단)

3.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들

* 좋은 영화 한 편 보기

*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뜨개질, 요리, 글쓰기, 독서

* 오랜 친구와의 차 한 잔 대화

4. 누군가를 돕는 자원봉사 활동

* 아이 돌봄, 보육원 자원봉사(강서구 지온보육원, 양천구: SOS 어린이마을,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는 타인을 도우며, 내 마음도 회복되는 경험


아빠는 네가 그동안 심리치료를 부담스러워했던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딸아,

심리치료는 약해서 받는 게 아니라, 나를 돌보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거야.

처음엔 어려울 수 있어도,

조금씩 너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시간이 될 수 있어.


혹시 대면 상담이 어렵다면,

집에서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자조 모임부터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너처럼 비슷한 마음을 겪은 사람들이,

아무 판단 없이 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너의 하루에 따뜻한 숨결을 더해줄 수 있을 거야.

아빠가 찾아본 모임들을 여기에 적어둘게.

부담 갖지 말고, 마음 내킬 때 천천히 한 번 들어가 봐.

우울감 자조모임 온라인 주소

1. 브런치 자조모임 후기

https://brunch.co.kr/@oingsongi/359

2.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우울’ 검색

3. 네이버 밴드에서 ‘우울’ 검색


너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너 안에 분명히 있단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천천히, 그리고 함께 걸어가자.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 되어줄 거야.

말없이 손 내밀어줄 준비가 늘 되어 있어.

사랑해,

아무 조건 없이.

그리고 너의 평안한 하루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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