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토신(oxytocin) 바소프레신(vasopressin)
사랑하는 호진이 엄마, 아빠에게
요즘 호진이가 공부하느라 늦게까지 애쓰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짠하네.
열심히 노력하는 그 마음이 자랑스럽지만, 할아버지는 호진이의 몸이 너무 지치지 않을까 늘 걱정이 된단다.
얼마 전 의사 선생님이 “키와 성장의 열쇠는 숙면”이라고 하셨지? 그 말이 맞아. 그런데 단지 잠의 시간이 아니라, ‘안심하고 쉬는 밤’이 더 중요하단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때 성장호르몬이 잘 나오고, 그 바탕에는 두 가지 아주 특별한 호르몬이 있어.
하나는 옥시토신(oxytocin) 이고, 다른 하나는 바소프레신(vasopressin) 이란다.
옥시토신, 마음을 연결하는 힘
옥시토신은 사람 사이의 신뢰와 애정을 강화하는 호르몬이야. ‘옥시토신의 권위자’로 알려진 폴 잭(Paul J. Zak) 교수는 사람이 서로 포옹하거나 신뢰의 제스처를 보일 때 옥시토신이 뇌에서 분비되어 타인을 믿고 협력하려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걸 밝혀냈단다. 그는 옥시토신을 “신뢰의 화학물질(The Moral Molecule)”이라 불렀지.
즉, 따뜻한 말 한마디, 손잡기, 포옹 같은 행동이 단순히 감정 표현이 아니라 뇌의 신뢰 회로를 작동시키는 생리적 행위라는 뜻이야. 그래서 아이가 가족의 미소와 손길을 받을 때 그 뇌는 “나는 안전하다, 사랑받고 있다”는 신호를 받게 되고, 그때 편도체(불안의 중심)가 진정되어 스트레스가 사라진단다.
바소프레신, 사랑을 지키는 힘
그런데 사랑은 단지 따뜻함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지. 사랑에는 지키고 책임지는 힘도 필요하단다. 그게 바로 바소프레신이야. 바소프레신은 옥시토신처럼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지만, 역할이 조금 달라.
옥시토신이 사람을 ‘가까워지게’ 만든다면, 바소프레신은 ‘지켜주고 싶게’ 만든단다.
가족을 보호하고, 서로를 돌보려는 마음, 꾸준히 책임감을 느끼는 감정이 바로 바소프레신이 하는 일이야. 이 호르몬이 충분히 작동할 때 가족은 더 단단히 묶이고, 아이의 정서도 더 안정된다고 해.
사랑을 키우고 지키는 실천
그래서 호진이가 밤늦게 들어오더라도 먼저 미소로 반겨주고, 손을 살짝 잡아주거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가능하면 짧은 포옹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렴. 그 순간 호진이의 몸속에서는 옥시토신이 흘러나와 그날 하루의 긴장을 녹여줄 거야.
그리고 그런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부모의 마음속에서는 바소프레신이 자라나, 가족을 지키는 책임감과 결속을 깊게 만들어줄 거야.
공부로 어깨가 잔뜩 굳어 있을 때는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렴.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할 때는 아이의 손을 살짝 잡고 함께 천천히 심호흡을 해보는 것도 좋단다. 피곤하고 지쳐 보일 때는
“오늘 힘들었지?” 하며 짧게 포옹을 해 주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등을 토닥이며 말없이 안심을 전해줘.
이런 순간들이 모여 호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불안했던 하루의 긴장을 천천히 풀어줄 거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길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란다.
“넌 소중하다, 난 너를 믿는다”는 진심이 손끝을 통해 전해질 때, 아이의 뇌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옥시토신이 자연스럽게 분비되지. 그 온기가 쌓이면 호진이는 점점 더 안정되고, 스스로를 믿을 힘을 얻게 될 거야.
가족의 리듬을 만드는 시간
또한, 스킨십 외에도 가족이 함께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을 키우는 방법들이 있어.
하루에 한 번은 꼭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구나. 식탁에서 오가는 웃음과 이야기 속에서도 옥시토신이 자라나고, 그 따뜻한 정서가 아이에게 “우리 가족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라는 믿음을 준단다. 그 시간은 단지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 서로의 사랑(옥시토신)과 신뢰와 책임(바소프레신)을 확인하는 시간이지.
하루에 한 번은 칭찬과 감사의 말을 나누며, “오늘 집중 많이 했구나, 고맙다.”라고 따뜻하게 말해주고, 가끔은 함께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명상을 하면서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것도 좋아.
그리고 잠들기 전이나 휴식 시간에 짧은 등 마사지나 손 마사지를 해 주면, 아이의 긴장된 근육이 풀리며 하루의 피로가 사라질 거야.
이런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이야말로 호진이의 마음속에 “우리 집은 안전한 곳이야”라는 기억을 새겨줄 거야. 그 기억이 바로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호진이의 성장과 행복의 밑거름이 될 거란다.
엄마!, 아빠!,
호진이에게 필요한 건 결과보다 안정된 품, 지시보다 포근한 손길, 그리고 그 사랑을 꾸준히 지켜주는 책임의 마음이야. 우리 집이 “공부하라”는 소리보다 “괜찮아, 사랑해”가 먼저 들리는 집이 되면 좋겠어. 그때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매일 자라나고, 호진이의 몸과 마음은 더욱 건강해질 거야.
항상 너희를 믿고 응원하는
호진이 할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