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감사일기

손편지를 쓰고,
영화를 보고, 책을 찾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천천히

by 마음 자서전

네 명의 손주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처음에는 매주 월요일이었지만, 이제는 화요일이 되었다.

월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편지의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너희와 내가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매주 한 번은 분명하게 전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오늘은 ‘자존감’을 주제로, 아이들 각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서로 다른 버전의 편지를 썼다.


화요일에는 영화감상 동아리가 있다. 회원은 열 명 남짓, 모두 여성이고 나는 홀로 청일점이다. 이번이 네 번째 참석이라 아직 모임의 분위기를 온전히 안다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가 함께 본 영화들은 차분하지만 묵직했다.

〈사람과 고기〉, 〈그저 사고였을 뿐〉, 〈플랜 75〉.

그리고 오늘,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을 보았다.

에밀졸라와 세잔의 우정을 다룬 이 영화는 예술과 삶, 신념과 오해가 교차하는 시간을 천천히 따라간다. 영화를 보고 나니 에밀졸라의 글을 직접 읽고 싶어졌다.

도서관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넣었고, 내 마음에 들어온 책은 두 권이었다.

《작품》과 《교차된 편지들》.

《작품》은 두 사람의 우정이 갈라지게 된 계기를 담은 소설이고,

《교차된 편지들》은 그들이 실제로 주고받은 내용들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영화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영화는 언제나 이렇게, 본 뒤에 또 다른 독서를 불러온다.


영화가 끝난 뒤 마트에 들렀다. 찌개를 할 재료를 사고, 저녁에 먹을 통닭도 한 마리 골랐다.

집에 돌아와 〈F1 더 뮤비〉를 틀어놓고 통닭을 먹으며 캔맥주를 마셨다.

하루의 긴장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챗GPT 질문의 기술》이다. 스마트폰이나 챗GPT 같은 것이

이렇게 우리 삶 가까이 들어올 줄 누가 알았을까. 문명은 늘 발전해 왔지만,

그 변화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사람은 쉽게 뒤처진다.

나의 경우, 스마트폰만 해도 그렇다. 전화와 문자, 인터넷 검색 정도만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많은 기능이 숨어 있다. 배워도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린다.

그럼에도 새로운 건 배워야 한다. AI는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다.


머지않아 가정마다 로봇 한 대쯤은 자연스럽게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과연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읽고 나면, 적어도 이 새로운 세계를 바라만 보고 있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천천히 따라가려는 마음.

아마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그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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