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나이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기시미 이치로, 박진희 옮김, 인플루엔셜, 2017, 20180322)
《미움받을 용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의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쓴 책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듯이 과거에 발목잡히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또한 앞날을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를 감사하라고 말한다. 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으며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관계를 맺게 되면 미워하거나 싫어하게 되는 일도 생기니까 그런 감정의 소비가 싫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인간관계가 불행의 근원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가는 기쁨이나 행복 또한 느낄 수 없습니다. 6
부모는 자녀들이 당신의 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힘이 난다. 치매가 걸린 노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경륜과 인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이 아직 당신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느낄 때 책임감이 생겨 힘을 내는 법입니다. 44
아이 양육과 부모 돌봄은 같은 듯 다르다. 아이는 할 수 없던 것을 하게 되고, 부모는 할 수 있던 것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도 부모는 소중하다. 부모가 부재한 후에 부모는 ‘존재’만으로도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는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기도 하다. 부모가 무엇을 해주어서가 아니라 존재함으로 감사한 일이다.
생산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뭔가를 달성하는 것, 생산적인 것만을 유일한 가치로 삼으며 살아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사실을 비참하게 여깁니다.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치매를 대하는 심리적 배경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
치매를 앓는 부모를 보살피기 위해서는 자식이 먼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모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생산성으로 부모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하라는 뜻입니다. 50
부모님에게
화를 내고 원망하는 것은
부모님보다 우위에 서서
행동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180
우리는 역할이라는 가면을 쓰고 삽니다.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person의 어원은 라틴어인 persona입니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의미지요. 부모는 부모라는 가면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합니다. 하지만 부모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부모로서 동행할 뿐, 한 인간으로서 아이와동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흰 가운을 입으면 역할의 차이는 확실히 알 수 있지만, 환자를 인간 또는 친구로서 대할 수는 없습니다. 193
부모님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것보다
부모님을 도울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스스로가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자.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또한 내 경험을 들려줌으로써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부모님이
가족을 몰라보게
된다고 해도
인간으로서의
부모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