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기행》
《공지영의 수도원기행》 (공지영, 김영사, 2001, 190322)
소설가 공지영은 가톨릭신자이지만 18년 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럽으로 떠나는 남편을 따라나섰다. 그길로 프랑스, 독일에 있는 수도원을 가게 된다. 화가는 그림으로, 작가는 글을 써서 책으로 남긴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수도원은 테제동동체이다.
테제공동체는 1940년 8월, 당시 스물다섯 살 난 스위스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청년 로제가 이 테제라는 마을에 혼자 와서 정착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고 한다. 그는 2차 대전 중에는 이곳에 유대인들을 숨겨주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독일군 포로를 돌보아 주었다고 한다. 돈도 조직도 가진 것이 없었던 청년 로제는 단 한 가지, 가진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전쟁의 고난이 휩쓸고 간 이 세상에서 서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공동체를 세운다는 ‘꿈’이었다. 그는 처음 2년 동안 황량한 언덕에서 홀로 지냈다. 그러다가 개신교 신자들이 공동생활과 독신생활 안에서 일생을 봉헌할 것을 서약한 후 가톨릭 신자들이 입회하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현재 테제 공동체는 25개국 출신 90명의 수사님들이 계시며 아시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의 가난한 지역에도 수사님이 파견되어 있다. 104
목사의 아들로 개신교 신자들의 공동생활과 독신생활 안에서 일생을 봉헌할 것을 서약하고 모였다. 이후에 가톨릭신자들이 입회했단다. 지금은 가톨릭 쪽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서울에 올 때에 공지영작가는 테제공동체가 “빛과 소리로 마음을 움직인다.”라는 원칙이 있다고 알고 찾아왔다. 기독교가 쇠퇴해가는 유럽, 일생에 세 번 밖에 성당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영세받을 대, 결혼식 때, 장례식 때이다. 그런 유럽에서 테제공동체는 젊은이들이 모여 바닥에 딩굴거나 노래를 부르며,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유럽여행을 간다면 테제공동체를 가보고 싶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 책의 핵심 어휘는 가톨릭이 아닌 달라이라마의 인터뷰에 나온다.
일전에 달라이라마의 인터뷰를 본 일이 있었다. 서방에서 온 어느 기자가 물었다. 종료란 무엇입니까, 달라이라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예, 종교란 친절한 마음입니다.“ 127
그리고 덧붙여서 작가는 예수님의 마음을 전한다.
현대의 성직자들은 예수님을 닮기는 닮은 것 같다. 굶주려 우는 사람들에게, 자기 먹을 것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사실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막상 예수님은 군중들을 이해하시지 않았나 싶다. 먹고 마시고 하는 일의 중요함을 …고단한 민중들이 일상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위로를…, 134
메이저급 소설가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