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by 온시

해민의 스무 살 인간관계를 한 마디로 종합해 보자면 ‘썸’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연애는 해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필수불가결한 활동이었다. 해민은 다정하고 배타적인 관계, 깊고 친밀한 관계를 좋아했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그룹을 지어 몰려다니기보다는 일대일의 조용하고 깊은 교감을 좋아했다. 그런 해민에게 연애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해민은 늘 애틋한 설렘을 가지고 관계에 임했다. 이 사람이 나의 연인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해민은 늘 마지막 결단 앞에서 망설이고 마음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언제나 결정적인 한 가지가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한 가지는 손 모양일 때도 있었고, 눈곱 때문일 때도 있었고, 숨소리 때문일 때도 있었다. 해민은 어떻게든 이유를 찾았다.


이성과의 새로운 관계들이 생겨남에 따라 해민과 유진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껏 유진이 보기에 해민이라는 존재는 들쑥날쑥하고 저의를 알 수 없는 이상스런 존재였다. 유진은 마치 해민에게 반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속절없이 끌려 다닐 뿐이었다. 스물이라는 나이는 유진에게도 어느 정도 해방감을 가져왔다. 대학이라는 새로운 배경에 놓이고 보니 해민이 아니고도 대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성이 많았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네들과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유진의 자신감은 해민에게도 작동하는 것이었다.


둘은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 해민과 유진이 나고 자란 도시에 위치한 대학이었다. 해민은 유진이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해민이 “뭐 해?”라고 문자 하나만 보내면 유진은 10분 내에 해민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해민은 유진을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고 자기 자신까지도 속였다. 담백하고 간결한 친구 사이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민은 유진에게 자신의 ‘썸’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극도의 외로움 속에 있는 것처럼 자신을 꾸몄다.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유진은 해민에게 고백했다. 열다섯 고백 이후 5년 만이었다. 둘은 캠퍼스 안의 작은 호숫가에 앉아 있었다. 해민은 유진의 고백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겪은 듯. 조금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왜 유진이는 항상 관계를 망칠까,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해민은 유진을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유진이 한 학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재수를 결정하고 학교에서 사라지고, 그 도시에서 사라졌을 때, 해민은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했다. 그것은 유진이 아니면 절대 채울 수 없는 크기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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