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끔 자영업자인 자신을 그려보곤 할 텐데 업종 중 가장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카페가 아닐까. 내가 만약 카페 사장이 된다면 내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카페는 아마도 주인의 분위기와 성향이 가장 잘 반영될 가게 형태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카페 사장이 된 내 모습을 그려 본 적 있고, 그럴 때면 떠오르는 어떤 카페가 있다. 우리 동네 이디야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프랜차이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이미 정해져 있다. 메뉴의 종류는 물론이거니와 레시피, 가게의 인테리어까지 모두 균질하게 제공된다. 어느 지점을 가나 서비스의 대부분을 예측할 수 있는 안정감 때문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우리 동네 이디야도 안정감과 편안함이라면 어느 가게 못지않게 갖추고 있는데 그 안정감의 이유가 사뭇 다르다.
나는 한 사람이 지닌 품위와 편안함이 많은 것들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리 동네 이디야를 보며 알았다.
언젠가 엄마가 햄버거는 롯데리아 버거가 제일 맛있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엄마, 키오스크 쓸 줄 알아?”라고 물었더니 “아니, 뒷사람한테 부탁하면 되지.”라고 말씀하셔서 “역시 우리 엄마!”하며 엄지를 치켜 세운 적이 있다. 우리 엄마처럼 용감한 할머니도 있겠지만, 젊은 사람도 버벅대기 일쑤인 키오스크를 어르신들이 무슨 재주로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단 말인가. 요즘은 카운터 결제가 아예 없어지는 가게들도 왕왕 있으니 다정이 병인 나로서는 여러모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동네 이디야에서는 손님들이 카운터에서 대면 결제를 할 수 있다. 어쩐 일인지 이 곳에서는 키오스크가 없다. 키오스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메뉴판이 놓여 있다.
이디야의 여자 사장님은 음료를 만들다가도, 컵을 씻다가도 결제를 하기 위해 포스기 앞에 선다. 이곳에는 진동벨도 없다. 주문 테이블을 정확히 향해 목소리로 직접 불러 주시거나, 어쩔 땐 직접 테이블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유튜브 등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집단을 흉내 낸 개그 프로그램들이 가끔 보인다. 그들의 꾸며낸 친절이라든지, 친절이란 찾아 볼 수 없는 무심함이라든지가 주요 소재다. 이것은 이디야 사장님에게는 전혀 없는 일이다. 이디야 사장님은 친절을 꾸며내지도 않고, 물론 무심하지도 않다. 너무 친밀하게 다가가지도 않고, 너무 차갑게 물러나지도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 태도가 있을까. 나는 언제나 감탄한다.
음료를 주고받는 찰나의 순간에도 그것을 느낄 수 있기에 나 또한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된다. 나는 이 순간을 기대 없이 외면하거나 익명성 뒤에 숨어 버리지 않고 눈빛과 눈빛을 부딪힌다. 나는 사장님의 편안한 다정함에 전염된 나 자신이 제법 마음에 든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을 보는 일을 나는 참 좋아한다. 책을 읽다가, 핸드폰을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편안한 얼굴들을 마주하는 일이 좋다. 바라건대 세상 누구나 좋은 것들을 즐기고 경험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본 이디야는 한산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가게의 매상에 늘 관심과 걱정이 많은 남편은 이디야를 들여다보며 사장님마냥 한숨지었다. 나는 자신 있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디야는 이 근처에서 제일 잘 되는 카페일 것이다.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한다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 앉아 있다. 이곳이 가장 활달한 시각은 밤 9시가 아니다. 이 시각에 이디야 고객들은 아마 이른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그렇게 푹 자고 나면 새로운 날이 열리고, 이디야에서 또다시 사람을 만날 것이다.
자식 이야기, 여행 이야기, 종교 이야기,,, 성역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카운터를 바라보면 그곳에 이곳의 분위기를 완성시키는 여자 사장님이 서서 다정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하고 계실 테다.
지금 한산한 가게 카운터에 서서 핸드폰을 보는 여유가 사장님에게 내일을 준비하는 충전과 기쁨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