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계산을 한다. 고정비를 하나씩 셀에 채워 소계를 낸다. 교육비와 카드값도 추가한다. 소계들을 더해 합계 셀을 만든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눈에 보인다. 네모난 것들을 보면 엑셀의 빈칸이 떠오르고 수식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될 때는 대충이었다. 큰 금액도 슴텅슴텅 질렀다. 조율해야할 금액이 적어지니 정리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숫자들이 보여야 안심된다. 막연한 것이 더 두렵다.
유지는 공짜가 아니다. 공간도 관계도. 만남에도 돈이 들고 외출에도 돈이 든다. 대가는 분명하다. 나가는 고정비만큼 에너지도 계산된다. 에너지를 집중할 수밖에 없다. 친절과 다정도 여유에서 나오는 거라서.
유튜브 구독을 해지한다. 19,500원이 과하다. 나의 조력자, 비밀대화 상대 챗gpt도 해지한다. 어도비는 남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도 유지한다. 이제 3개월 무료인 스포티파이가 내 DJ가 될 것이다. 제미나이는 무료 플랜부터 시작해보기로 한다.
선택이 늘 유쾌하진 않지만, 약간이나마 여유를 준다면 그쪽으로 몸이 향할 수밖에. 끝이 있으면 좋은 것이고, 좋은 것에는 끝이 있다. 48,500원의 여유를 만들었다. 잔고는 에너지의 잔량을 보여준다, 잔인하도록 투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