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에서 금옥당 양갱 세트를 받았다. 겸재 정선 에디션이었다. 스티커를 살살 벗겨 양갱을 꺼냈다. 한 입 베어물었다. 탱글거리면서도 스르륵 들어오는 식감, 우물우물 씹으니 어느새 녹아내렸다. 끝맛이 달구나? 맛이 천천히 왔다.
팥을 싫어했다. 엄마가 끓어준 팥죽에는 설탕을 그득 부어서 먹었다. 동지가 오면 괴로웠다. 꼭 먹어야 한다고 하니 꾸역꾸역 김치를 가득 올려 먹었다. 아버지가 자주 사주셨던 원조 팥양갱. 금박 포장지에 쌓인 길쭉납짝 시커먼 그것, 어른들은 왜 이걸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건 짝꿍이라는 사탕이었다. 양쪽에 구멍을 뚫으면 쌀알같은 작은 알갱이들이 나오는데 한쪽은 핑크색, 다른쪽은 보라색이었다. 내 지갑을 열게 만든 건 화려하고 선명한 컬러의 간식들. 먹고 나면 혀 색이 변하는 공통점들이 있었다. 거울 앞에서 혀를 내밀고 핑크빛 혀를 보며 깔깔댔다.
지금도 음식에 들어간 단맛 비율에 민감하다. 금옥당 양갱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만큼의 비율 조정이 있었을까? 최종 컨펌은 언제 누가 냈을까. 양갱 하나 먹는 동안 머릿속엔 팥을 손질하고 끓이고 식히고 자르고 포장하는 과정들이 스쳐갔다. 약간은 흐물거리고 은은한 끝맛을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