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놀이공원에서

by 오즈의고양이
송지율, 11시 05분 그녀의 밤, 2024.jpg 송지율, 11시 05분 그녀의 밤, 2024


나는 놀이공원이 싫다. 1시간 넘게 기다려서 2분 남짓한 기구를 탄다고? 그 짧은 순간을 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도 별로였다.


하지만 어린이 날이었고, 딸과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불꽃놀이 공연을 보기 위해 놀이공원을 예약했다. 간식도 챙기고, 담요와 여러 준비물들을 바리바리 싸갔다. 낮에는 사람도 많았고, 뭔가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다. 딸은 솜사탕이 먹고 싶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안돼, 점심 먹고 나서 사줄께. 딸은 감정이 상했다. 지난번에 사준다고 해놓고 그때 안 사줬잖아. 덩달아 나도 기분이 언짢아져서 언성이 올라갔다.


딸이 눈물을 보이며 흐느끼자,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이게 뭐라고. 나중에 배고프면 밥 먹지 뭐. 토끼 모양 솜사탕을 찾지 못해서 결국 플라스틱 통에 든 솜사탕을 샀다. 기분도 안 좋은데 뚜껑은 왜 이리 안 열리는지, 부수다시피 하면서 열어주다 손가락을 살짝 베였다. 벤치에 앉아 점심도 거르고 먹은 솜사탕, 그 안에 마법이 숨어있었나? 딸은 금세 웃음을 되찾았다.


시간 맞춰 공연도 보고, 기구도 간간히 타다보니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밤의 놀이공원은 꽤 멋있었다. 어둠 덕분에 불빛이 더욱 아름다웠다. 낮에 탔던 회전목마를 다시 탔는데, 오렌지빛 조명 때문이었을까. 기분이 훨씬 부드럽고 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공연을 보러 광장으로 가는 길에 거대 트리 앞을 지나는데, 트리와 연결된 전구들이 쫙 펼쳐져 있었다. 그물처럼 펼쳐진 조명 아래로 들어가니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아 마음이 설레고 들떴다.


심장을 강타하는 스피커 음향, 밤하늘에서 부숴지는 빛들, 스펙타클한 무대 배경, 무용단의 멋진 동작과 노래까지...야외공연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걸까. 공연이 끝나자 파파파팟, 피유웅~ 타타타탓 다양한 색과 모양의 불꽃들이 연달아 터졌다. 꽃잎같은 불꽃들도 있었고, 별처럼 반짝이는 불꽃도 있었다. 땅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들도 있어서, 어느새 하늘은 불꽃 연기로 가득찼다. 불꽃을 보는 그순간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짧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길 잘했구나, 이걸 보기 위해 온 거였구나. 나 놀이공원 싫어했는데, 아니네? 밤의 놀이공원 너무 내 취향인데? 또 오고 싶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쉽게 변하다니. 30분의 밤 공연에 마음이 더 출렁거렸다. 그러니 미리 내 스타일 아니라고 선 긋지 말 것. 해보고 난 후 생각해보고, 별로여도 두 번은 도전해볼 것. 덕분에 즐겁게 사는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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