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니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머나먼 잠실까지 출퇴근을 한다. 그녀는 나에게 다이소표 링클 케어 크림을 선물했다. 이게 필요한 나이라며, 정말 효과가 있다며. 자기 전에 언니가 준 크림을 이마에 꼼꼼히 펴 바른다. 그 위에 바세린도 바른다. 어제보다 이마 주름이 덜 보이길 바라며.
겨울에 맨다리로 다녀도 추운 줄 몰랐다. 얇은 스타킹 하나로도 충분했다. 올겨울엔 히트택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주머니에 립밤, 외투에 핸드크림이 필수다. 예전에는 기름종이로 번들거리는 이마를 닦아내기 바빴다. 지금은 틈만 나면 손에 얼굴에 수분을 충전한다.
부모님 댁에 가면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본다. 동생과 나의 어린 시절, 대학생 시절...보다 눈이 가는 건 엄마의 모습이다. 그때의 엄마는 지금의 나랑 비슷하거나 적었으리라. 이젠 내 딸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꼬물꼬물하다가 기다가 걷다가 뛰고, 자기 생각도 이래저래 말하는 걸 본다.
나의 걸음은 점점 늦춰진다, 달팽이처럼. 딸의 성장은 말처럼 빠르다. 곧 내 앞을 추월해 갈 그녀의 뒷모습을 상상한다. 가끔 옆을 본다. 어느새 나란히 걷고 있는 길 너머의 부모님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 발맞추시는 그 모습을. 딸도 언젠가 나를 돌아보겠지. 그녀 앞에도 누군가 달려가고 있을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