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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Mar 04. 2023

공부는 왜 해요?

#학생의 질문

추운 날이었다.

난방기를 틀어놔도 창문 사이로 찬 바람의 기세등등한 등장에 학생들과 나를 휘잡았던 그런 날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없었던 수족냉증이 생겨, 발가락이 깡깡 얼어 떨어질 것만 같은 그런 날이었다.


연필 소리와 지우개가 종이를 긁는 소리뿐인 집중된 교실 안.

나는 차갑다 못해 얼음 같은 발가락을 어떻게든 따뜻하게 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잘 되지 않아,

한껏 예민해진 상태로 계속해서 채점과 티칭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한 아이가 질문을 한다.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응? 뭔데?"

"공부는 왜 해요?"


순간 정적.

사실 나는 그 질문을 받는데 기분이 안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학생 때 그 질문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기성 새대인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는 '공부'는 당연한 거였고,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전부였었기에 나의 질문에 모든 어른들이 인상을 찌푸렸었다.

그 때문일까, 나는 자동적으로 그 질문을 받고 기분이 안 좋아졌던 것 같다.



이제는 사회도 생활도 예전과는 달라졌고,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기에 나는 알고 있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너는 공부를 왜 하는 것 같은데?"

"사실 모르겠어요. 계산이야, 계산기가 있고. 정보야, 인터넷에 널렸잖아요."

"그래서 네 장래희망은 바보인가요?"


우스갯 소리로 받아친 나의 말에 학생들을 까르르 웃음바다가 되었다.

질문을 한 학생도 웃으며 말했다.


"아뇨!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죠~"


장난스러운 학생의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났다.


그 학생은 게으름 피우고 말이 지나치게 많아도 공부를 제법 잘하는 학생이다.

"너는 똑똑하니까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할 거야. 지금 당장은 이해 안돼도 언젠가는 네가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라며 공부를 왜 하는지 말해줬다.


사실 공부는 초등 6년, 중고등 6년. 합 12년 동안의 마라톤이다.

요즘은 미취학 아동에게도 학습을 시키는 시대이니 엄밀히 말해 12년 이상의 긴 싸움이다.


아이들은 미성숙해서 사회의 보호를 받는 약한 존재들인데 12년 이상의 그 어렵고 어려운 공부를 '꾸준히'한다는 게 참으로 힘든 일이다.


모든 아이들은 개개인의 개성이 있고, 꼭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적성을 찾아 세상에 나갈 수 있기도 하지만 확실히 '공부'를 통해 배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성적을 우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적이 우수하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리기도 한다. 하지만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이렇다.


우리는 '공부'를 흔히 '엉덩이 싸움'이라고 한다. 오래 앉아서 많은 양을 풀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그렇게 얘기하곤 한다.


이유는 끈기와 노력의 산물로 성취감을 맛보았으면 한다.

힘든 것도 견디고, 견딘 후에 나에게 오는 결과로 실패도 성공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하니까.


글은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이다. 국어 문제들과 수학 서술형 문제를 보면 나의 생각과 이론을 합쳐서 정답을 적어 내는 문제들이 꽤 많다.


이유는 어떤 한 문장으로 내 생각을 겸하고 내 생각 외의 정보들을 받아들여 융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선택'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결과물을 낳았는지를 배우는 것 또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리, 과학 등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키면 너무나도 훌륭한 지식이 된다. 물론 아닌 것도 있다. 그렇다고 손해 보는 것은 없으니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 신분이었을 때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못했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 또한 그렇다.


'꼰대'같은 말일지라도 알아듣는 학생들은 알아들을 것이라 믿으며 나는 또 공부를 왜 하냐는 학생을 안타까운 마음에,  

10명한테 말해서 1명만이라도 알아듣길 바라는 마음에 쏟아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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