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킨」이라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써볼까, 생각하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시가 있어 책장에서 시집 한 권을 꺼냈다. 김현 시인의 「미래가 온다」라는 시였다.
은재야
신흥시장을 지날 때
불러본다
그러니까 햇빛을 받는 것
구내염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를 곁에 두는 일에 관하여
나는
일찍이 알지 못한다
동성애자는 그런 걸로 슬퍼지지 않지만
은재야 부르는 목소리를 생각하면
-김현 「미래가 온다」(『입술을 열면』, 창비, 2018) 중에서
시는 일찍이 알지 못하는, 슬퍼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며 시작한다. 소설 「머킨」에도 독자인 내가 일찍이 알지 못했고, 쉽게 슬퍼지지 않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화자인 나는 '린'이라는 인물의 머킨이다. 머킨이란 공공장소에서 동성애자 여자의 파트너를 하는 남자를 뜻한다. 즉, 화자는 린이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세우는 애인이며, 린에게는 델핀이라는 진짜 여자 친구가 있다. 화자는 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난 사랑의 슬픔을 극복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사랑을 드러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그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내게 한없는 위안이 되었음을 알기나 했는지. 나는 가끔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185쪽)한편, 린은 그와의 불명확한 관계 안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애인 델핀을 향한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고, 그에게 무의미한 키스를 하기도 하며.
이야기의 다른 축에는 화자가 가르치는 호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호세는 양쪽 귀가 난청이다. 센터에서 시를 쓰고 매주 있는 낭송 행사에서 자신의 시를 읽지만, 들리지 않는 탓에 어눌해진 발음은 그의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해독 불가능하게 만든다.“어느 누구도, 네가 입을 벌려 만들어내는 단어는 귀가 들리는 청중에게 해독이 불가하다고, 네가 쓰는 시들의 달콤한 아름다움은 네가 그것들을 읽을 때면 사라져 헝클어지고 만다고 말하지 못한다.”(193쪽)소설의 인물들은 독자로서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머킨, 양성애자, 난청 등 그들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제대로 겪지 못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느새 이들의 옆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그저 그 장면이 만들어 낸 공기만으로도 화자를, 린을, 호세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괜찮니? 네 왜요? 슬퍼 보여서, 나는 수화를 한다. 그가 멈칫하더니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렇군요.” 그가 말한다. “선생님도 그래요.” (206쪽)
“이 순간 내게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내게 허락하는 동안 그녀를 곁에 안고, 그곳에 린과 함께 서 있다는 사실이다.” (215쪽)
다시 시로 돌아와, 시인은 구내염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를 곁에 둔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슬퍼지지 않지만, 함께 손을 흔들고 손뼉칠 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타자의 삶을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그것이 「미래가 온다」라는 시를 통해 「머킨」을 설명하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