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 오늘의 엄마_강진아
고요한 복도는 어둡다. 언니는 목소리를 낮추며 정아에게 쏘아붙인다.
"이래 할래?"
"미안."
"니 술 마셨나?"
"맥주 쪼금."
"더 마시지, 뭐 하러 왔노."
"미안."
"니는 진짜 끝까지 이라노."
정아는 할 말이 솟구치지만 연락 없이 늦은 오늘의 죄에 발목이 잡혀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언니는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문장을 드디어 찾아낸 모양이다.
"엄마 돌아가시면, 니 안 보고 살 거다." (134쪽)
중요한 건 그 눈꺼풀 안에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다. 분명 엄마가 있었는데, 없어졌다. 정아는 그 변화에 새삼 놀라는 중이다. 조금 전까지 여기서 칙, 크, 시끄럽게 산소를 들이키던 엄마는 어디로 간 걸까. 퉁퉁 부은 몸을 여기다가 벗어 놓고 대체 어디로 가 버렸을까. 어디 가면 한 번쯤은 돌아올 법도 한데 엄마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263쪽)
다정한 사람들은 다정함을 거두는 방식으로 서로를 등지지만, 다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지 마라' '안 보고 살 거다'라는 말로도 서로를 밀어낼 수 없음을. 우리의 오늘은, 오늘의 당신은 기적이다.
- 최진영(소설가) 추천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