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_재수
SNS에 올린 우리 부부의 일상 만화에 달린 어떤 댓글을 한참 바라봤다. 항상 사이가 좋고 행복해 보이는데 그 비결이 뭔지 묻는 내용이었다. 나는 답글을 남겼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데 되도록 좋은 기억만 그림으로 남겨서 전체적인 기억을 좋은 쪽으로 왜곡하는 거라고. (326쪽)
아내는 집에서 기분이 좋으면 처음 듣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거나 처음 보는 이상한 춤을 추거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열광했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면 바로 멈춘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냥 조용히 옆눈으로 흘끔거리며 속으로만 열광한다. 한번 더 해달라고 떼를 써도 소용이 없다. 다행히도 아내의 그 이상한 노래와 춤을 조금 더 오래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같이 하는 것이다. 더 열정적으로. (149쪽)
아내는 대부분의 상황을 리드했고 나는 리드당하는 것에 든든함을 느껴왔던 것 같다. 종종 장난삼아 "나 버릇 잘못 들면 어쩌려고 혼자 이렇게 다 해버리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아내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나 없이 못 살게 만드는 중이야."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