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조그만 책의 제목은 <별빛 담은 편지>가 될 거야
서준아, 엄마야.
오늘 아침 출근해서 달력을 보는데 8월 23일! 오늘은 절기상 '처서'였어.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기 위해 1년을 24절기로 나누는데, 처서는 그중 하나의 절기야. 처서가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 줄 아니?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해. 그렇게 낭만적으로 가을이 온 거야.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환하게 웃는 해바라기 두 송이가 "가을 안녕!"이라며 귀여운 인사를 건네더라. 가을이라니. 엄마 마음이 이상하게 뭉클해졌어. 이 편지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썼던 문장이 떠올랐지.
2019년 뜨거울 여름을 통과하며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엄마의 기록은 어떤 모습이 될지 설렌다.
우리는 어느새 뜨거운 여름을 통과했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거야. 엄마의 머릿속에는 너희와 함께한 여름의 날들이 스치듯 지나갔고, 엄마가 써내려 간 우리의 일상을 응원해준 분들의 다감한 말들이 피어났어.
한 계절을 지나오며 서준이는 키가 3cm쯤 자랐고, 엄마의 편지는 30여 통을 넘겼네. 소중한 순간들을 글로 남겨둘 수 있어서 감사해. 서준아, "시는 도토리야."라고 말했던 거 기억나? 엄마에게 도토리를 찾아주는 귀여운 다람쥐가 돼줘서 고마워. 우리의 조그만 책 제목은 <별빛 담은 편지>가 될 거야. '가을'이라는 누나의 시가 우리 책의 마지막 별빛이 되어줄 거래. 가만가만 읽어보자.
가을
단풍이 물들어
떨켜 때문에 떨어지고
단풍 밟는 소리 참 좋다
그림 그리고 싶어지는 가을
호수에 몸을 맡기고
가을 풍경 구경하리
하지만 그럴 수 없네
우리가 있는 곳은
호숫가가 아닌 가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