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은 도전이다. 일단 여행을 가면 몸이 아프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경직되고, 덕분에 쉽게 지친다. 잠자리가 바뀌면 예민해져서 여행지에서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다. 게다가 겁도 많고, 고소공포증도 심하다. 이렇게 걸림돌이 많으니 여행(특히, 긴 여행)을 떠나려면 오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삶의 다양한 범주 안에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은 중요하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고 검색만으로도 해당 여행지의 명소부터 맛집까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시대다. 지난해 괌으로 여행을 다녀온 동생이 말했다. “언니, 괌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전부 한국인이었어. 숙소에서는 꼭 제주도에 온 것 같더라.” 여행도 트렌드가 되어 버린 세상에 살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여행의 방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몇 번의 성공 경험을 통해 나에게 맞는 여행을 계획한다. 온전히 나를 위한 짧은 여행을.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무박 여행이다. 하루 일정의 여행은 상큼하고, 가뿐하다. 여기서 내가 하는 여행의 빼놓기 어려운 특징 하나를 더 꼽자면 자주 비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대략 80% 수준의 적중률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나는 비 오는 날 특유의 공기에 자주 설렌다는 것이다.
몇 해 전 2월, 파주 출판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던 장소다. 역시나 비가 왔고, 무박 여행이었다. 비 오는 날의 짧은 여행을 나만큼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였다. 겨울 막바지, 봄 초입에서 싸락눈이 섞인 비를 맞으며, 높지 않은 출판사 건물 사이사이 조화를 이루는 산책로를 걸었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겠지? 책을 만드는 행위에 가치를 알고, 의미를 부여하며 일하고 있을 그들을 상상한다. 로망과 현실의 괴리를 알면서도 언제나 로망에 사로잡힌다.
걸음 끝에 만난 예쁜 카페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두 손으로 따뜻한 커피잔을 감싸 쥐고 카페를 찬찬히
둘러보다가 벽면에 쓰여 있는 문장을 읽으며 웃었다. “꽃처럼 생각들이 피어난다. 날마다 백 가지씩….” 좋은 기운을 온몸에 담아온 여행이었다. 그날 오가는 차 안에서 들었던 안녕하신가영의 ‘겨울에서 봄’을 플레이하고 몇 번을 읽어도 마음에 차지 않는 문장을 다듬는다. 여행의 정취와 감흥을 고스란히 떠올리는 건 음악만 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