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소설을 통과한다는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처음엔 실체 없는 폭력을 다룬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폭력을 만든 실체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았고 만연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임솔아『최선의 삶』 박성원(소설가) 심사평 중에서
아이들은 한쪽 끝에 앉아 있는 나를 일제히 바라보았다. 입과 머리에서 자꾸 피가 흘러내렸다. 오른손 검지 손톱이 빠져 있었다. 바람이 불었고, 한기가 느껴졌다. 이가 덜덜 떨려왔다. 씀바귀 씨앗이 반짝였다.
- 임솔아『최선의 삶』(문학동네, 2015) 116쪽 중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도 그랬다. 아람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 임솔아『최선의 삶』(문학동네, 2015) 17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