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굉장히 낮은 나라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꼴찌고, 전세계를 통틀어도 출산율이 낮기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우리나라의 수구꼴통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합계출산율이 0.80이다. 합계출산율이라 하면 한 여성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균적으로 출산하는 사람의 수를 평균낸 것이다. 그러니 싱가포르는 10명의 여성이 8명 정도를 낳는다고 보면 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은 10명의 여성이 20명 정도를 낳는다. 한국은 10명의 여성이 12.5명을 낳는다.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참여는 출산율 감소라는 결과를 낳았다
니제르나 말리, 부른디, 인도 같은 국가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는 여성들의 경제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출산율 추세를 보면 여성의 경제참여가 늘어난 이후에 출산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프랑스, 스웨덴, 한국 등등.
여성의 사회참여에도 불구, 출산율을 올린 국가들이 있다
하지만 그 경향에 브레이크를 걸고 다시 출산율을 올린 국가가 있는 가 하면, 여성의 경제 참여로 떨어진 출산율을 다시 부양하지 못한 국가도 있었다. 브레이크를 건 국가로는 프랑스, 스웨덴을 들 수 있으며, 여성의 경제 참여 이후로 출산율 부양에 이렇다할 역할을 못하고 있는 국가로는 한국, 일본, 독일을 들 수 있다. 이쯤되면 여성의 경제참여가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가 무능하거나 출산율을 올릴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출산 정책에 재정 투자를 안하는 한국
한국 정부는 출산율을 올릴 생각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필자는 한국 행정부가 출산율을 올리는 데 별로 목을 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예산에 있다. 프랑스, 스웨덴 등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GDP대비 3%에 해당하는 가족정책비를 쓴다. 2012년 기준, 프랑스의 가족정책 예산은 총 772억 유로(정부 지출의 6.5%, 전체 GDP의 3.8% 수준)이다(클릭).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5년 기준으로는 0.3%, 2009년 기준으로 0.8%를 쓸 뿐이다. 국가마다 경제 수준이 다르니 양적으로 비교안한다고 쳐도, 비율만 봐도 얼마나 출산에 정책 비용을 안쓰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여성의 변화하는 지위를 봐야한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적었던 옛날 옛적에는 여성들의 역할이 주로 출산에 있었다. 그런 때에는 여성 고용률이 낮을 때 국가의 출산율이 높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는 순간-즉, 여성의 고용률이 증가하는 순간에는 출산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프랑스같은 국가들을 보면 90년대에 들어와서 여성 고용률이 오를 때 출산율이 함께 오르는 현상이 보인다. 출산을 하면서도 일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일과 가정간의 양립이 이루어지는 국가의 경우는 여성 고용률이 높을 때 출산율도 동시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일과 가정간의 양립이 불가능한 국가에선 여성의 고용률도 낮고 출산율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 일을 선택하면 출산을 할 수가 없고, 출산을 선택하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게 한국이다.
여성 고용률이 높으면 출산율도 높다.
OECD 중 출산률이 높은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의 여성 고용률은 한국보다 약 10~20%가 높다. 그리고 OECD 중 출산률이 낮은 한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출산율과 고용률이 최하위 수준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2012년 합계 출산율이 1.3이었을 때 25~54세 여성 고용률이 61.2%였다. 61.2%는 OECD중 세번째로 낮은 수치다. OECD중 세번째로 여성을 고용안한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남성이 역차별당한다거나 남성이 더 경쟁적인 삶을 산다는 개소리를 하는 인간이 방송에 나와서 선생질 하는 건 코미디다. 한국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건 미국에서 백인으로 산다는 것 정도의 버프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보장되어야 출산율이 오를 수 있다.
출산율을 올리려면 임신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전과정에 있어서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한다. 즉, 임신, 출산, 보육, 교육, 사회환경을 구축하는데 정부가 지원을 해야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임신, 출산, 보육, 교육, 사회환경' 모두에 해당한다. 임신을 해도 직장에서 안짤리고 손해를 안봐야하고, 출산을 해도 직장에서 안짤리고 손해를 안봐야 하고, 직장에서 일을 해도 아이를 보육하는 것에 지장이 없어야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이 일과 가정의 양립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여성고용률이 오를 때 동시에 출산율이 올라야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성 고용률도 낮고, 심지어 출산율도 낮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애도 안낳고 일도 안한다?>라는 기사를 썼다. 애도 안낳고 일도 안하는 게 아니라, 이 둘을 모두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인 거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제목을 이렇게 달면서 마치 한국의 여성이 이기적이어서 애도 안낳고 일도 안한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다. 아이러니한건 정작 기사 내용을 보면 내가 하는 이야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조선일보 기자 양반도 나처럼 고용평등을 이룩해야한다는 김민정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했다. 기자 양반이 낚시꾼인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에선 출산 뒤에 퇴사하는 여성 직장인이 많다는 것이다.
이때 여혐들은 ‘김치녀들이 남성의존적이라 그렇다’라고들 하는데, 이건 우리나라의 여성들이 유독 이기적이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양육의 짐을 여성에게만 부담해주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전업주부라는 말은 일상적이지만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을 표현하는 말은 없다. 일하는 여성을 워킹맘이나 직장맘이라며 “일하는 엄마”라고 부르는데, 일하는 아빠를 표현하는 말은 딱히 없다. 그저 직장인일 뿐이다.
한국에서 육아와 가사의 짐이 대부분 여성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
우리나라에서 2006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12였다. 그런데 2007년에는 출산율이 1.25로 증가했는데 2007년이 황금돼지해였다. 그리고 2007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2014년이 되자 여성 직장인들의 퇴사가 늘어났다. 육아휴직을 써도 되는데 왜 굳이 퇴사를 했을까? 이에 대해선 나중에 더 썰을 풀도록 하자. 반도에선 육아휴직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 참고로 2014년에 남성 직장인의 퇴사가 늘었다는 통계는 딱히 없다.
한국의 여성고용률이 낮은 것을 보고 여혐들은 ‘무책임한 김치녀’ 프레임을 들이대지만 이 현상과 무책임은 관련이 없다. 양육의 책임이 오로지 여성에게 가 있다는 것, 그리고 양육과 경력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의 현실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그러니까 엄마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게 죄라면 죄다.
여성고용률 낮으면 출산율도 낮은 이유
여성고용률이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여성들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중간에 출산휴가를 쓰거나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그들은 남성을 선호한다. 이는 분명히 개선되어야하는 사항이지만, 반도의 사장님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여성들은 고용에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가 지금의 후진적인 여성 고용률이다.
일을 안하면 애라도 낳아야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자리가 없어서 돈도 없는데 무슨 돈으로 결혼을 하고 애를 낳나? 국가는 딱히 출산양육에 있어서 이렇다할 충분한 재정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 국가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해줄 수 없다면 적어도 출산과 보육에 있어서라도 지원을 해주면 될 노릇인데, 한국 행정부는 별로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취업이 안되서 돈이 없고, 돈이 없어서 애도 못낳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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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어머니가 되신 모든 마마님들에게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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