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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08. 2016

'여성의 성적대상화'란 무엇인가?- 2

텍스트 <양정원>을 중심으로

이 글은 <'여성의 성적대상화'란 무엇인가-1>란 글의 후속글이다. 트위터로 어떤 분이 내게 "두번째 글은 어딨냐" 물으셔서 작성하는 글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첫번째 글을 읽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으니 재량껏 하시면 될 듯 하다.




텍스트 <양정원>


모든 건 텍스트다.

나는 텍스트란 말을 꽤나 좋아하는데, 모든 것이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텍스트라는 단어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찬욱의 영화 <올드보이>는 해석의 대상-텍스트이며, 박찬욱이라는 영화감독 역시 텍스트다. 로타(rotta)의 사진과 그것을 바탕으로 만든 피규어도 텍스트다. 로타 역시 텍스트이고 로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자연인 최원석도 텍스트이기에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로타에 대해서도 두번 글을 썼었다.




양정원

최근에 한국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인물은 양정원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양정원이 타이트한 복장을 입고 운동하는 모습은 남성들의 관심을 모았고, 캡쳐가 되서 넷상의 여러 커뮤니티에 게시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여서 인지, 이 프로를 통해 양정원이라는 인물이 폭발적으로 알려졌고, 그가 참여했던 <출발 드림팀>에서 자극적인 춤을 췄던 것들이 새삼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거(아래).



이것 말고도, 구글에 "양정원"을 치면 온갖 것들이 다 뜬다.


양정원 게시글에 흔히 달리는 댓글들

양정원의 '섹시한' 사진이 올라온 게시물에 흔히 달리는 댓글들이 있다. 남성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댓글을 이렇게 단다. "연냐들 이거 나만 불편해?". 양정원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을 조롱하는 댓글을 달면서 희희덕거리는 모습이다.


몇가지 짚어볼 지점이 있긴하다. 하나, 실제로 여성들이 양정원의 행위에 문제제기를 하는가? 둘, 만약 문제제기를 한다면 그것은 정당한가?


하나, 실제로 여성들이 양정원의 행위에 문제제기를 하는가?

모르겠다.


둘, 만약 문제제기를 한다면, 그것은 정당한가?

난 양정원이 옷을 타이트하게 입거나 가슴골을 보이게 옷을 입는 것 자체는 그리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 내 문장을 잘 읽어야하는데, 나는 '문제될 게 없다'라고 했다. 여성들이 옷을 야하게 입는 것은 그리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여성들이 옷을 야하게 입지 못하게하는 힘이 작동하는 상태다.예를 들어 "조신한 여성상"을 들이대면서 "여자는 그렇게 입으면 안돼"라고 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그런 건 조선시대, 박정희, 전두환 때 충분히 하지 않았나? 이는 자연인이 자신이 입을 선택하지 못하게한다는 의미에서 후진적이다. 만약 여성들이 이 문제를 지적한다면, 나는 딱히 그들을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만약 그 여성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게 양정원의 복장이 아니라, 양정원을 찍는 카메라의 시선이라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양정원은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입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어떤 옷을 입는 것은 성적대상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런데 어떤 옷을 입은 상대를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면? 여기서 말그대로 성적대상화 이슈가 부상할 수 있다.


즉, <출발 드림팀> 멀쩡히 운동(?)을 하는 여성을 카메라로 찍으면 그것은 딱히 그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 여성을 아래처럼 찍고 자막을 요상하게 달면?



<출발 드림팀>의 연출팀, 촬영팀은 굳이 여성들의 가슴골이 나오는 복장이나 앵글로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명품 뒤태", "섹시 폭탄"라는 자막을 달면서 춤을 추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섹시하다는 건 칭찬 아니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많은 성희롱들이 칭찬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자행된다. 그리고 "섹시 폭탄"을 들은 사람이 그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별개로, 누군가를 성적대상화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러니까 만약 여성들이 이런 것을 문제로 여기고 "언냐들 나만 이런 거 불편해?"라고 했다면, 그들의 불편함은 타당한 지점이 있다. 인격체를 그저 꼴림의 대상으로 축소해버린 거니까. 이에 대해 남성들이 "뭔 그런 걸로 그러냐"라고 한다면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둔해서 아무것도 모르거나, 자신의 즐거운 꼴림이 정의(justice)의 이름으로 침해받아 놀이터가 축소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함이다.


성적대상화에 대한 양정원의 태도

아예 다른 관점에서 접근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양정원이란 인물의 성적대상화에 대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다르지 않은 인격체이기에 단순히 성적대상으로 제한되기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받아야한다. 그러니까 회사 상사들이 여성 직원에게 "회사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여자가 있어야 술자리가 화사해진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칭찬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일종의 모욕일 수 있다. 여성들은 단순히 '그런 존재'로 한정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키우는 강아지에다가 대고 누가 "살이 얼마 없어서 1인분도 안나오겠네"라고 한다면, 당신은 빡칠거다. 그 강아지는 단순히 고깃덩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여성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나 "여자가 있어야 술자리가 화사해진다"라는 말에 동조하면서 남성들의 그런 시선과 함께한다면? 이러한 태도는 그 여성 개인이 회사 내의 왕좌의 게임에서 생존하는 데에는 유효할 수도 있지만(=명예남성), 오로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고자 하는 여성(들)이나 그런 것을 위해 운동하는 자들에겐 볼썽 사나울 수 있다. 어용노조 설립같은 느낌이랄까?


양정원은 실제로 자신이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것을 딱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고, 오히려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는 양정원의 삶의 방식이고 나는 딱히 그녀의 그런 선택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엄밀하게 말해서, 딱히 그녀가 한 어떤 선택들이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가 성적대상화의 화신이 된다한들, 여성이슈가 그녀 때문에 퇴보하는 일은 없을 게다. 딱 나는 이 정도로 양정원을 보고 있다. 다만, 그녀가 왜 어떤 이들에게 불편하게 받아들여지는 지는 이해해야하지 않나 싶다. 놀리는 건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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