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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24. 2016

<왕좌의 게임>: 티윈은 어떻게 자식농사를 망쳤나?

스포일러 주의


티윈 라니스터


가문 밖에 모르는 바보, 티윈 라니스터

티윈 라니스터의 아버지 타이토스 라니스터는 그리 강한 리더가 못됐다. 기수 가문들에게 굽신거리고 병신이라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었다. 그 광경을 계속해서 지켜본 자식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티윈 라니스터. 타이투스는 휘하 기수 가문들이 깝치고 게겨도 제압하지 못했으나 그의 자식인 티윈은 달랐다. 타이토스가 부인이 죽은 뒤에 폐인 모드에 돌입했을 때 실질적으로 라니스터 가문을 지킨 것은 아들인 티윈이다.  예를 들어 레인 가문과 타르벡 가문이 깝치고 나섰을 때 타이토스는 싸우지말자며 티윈을 무릎 꿇게 했다. 하지만 갈등은 다시 불거졌고, 티윈은 아버지 타이투스가 개입하기전에 레인과 타르벡 가문을 몰살한다. 반란 후에 타이투스는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갑갑함을 느낀 티윈이 죽였다는 썰이 있다.  



여튼, 굴욕적인 아버지 타이투스를 보고 티윈은 가문의 힘이 진정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문의 힘이 약하면 아버지처럼 비웃음을 당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던 게다. 이건 일종의 열등감이기도 한데, 그는 비웃음을 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심지어 웃지도 않는다. 티윈이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에 대한 욕망을 보이는 이유는 열등감 때문이다. 비웃음 당하지 않으려면 라니스터 가문이 기세 등등해져야할 것이다. 


티윈의 성격을 보여주는 몇가지 대사들

블랙 워터 전쟁 이후에 티리온은 티윈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한다. 


티리온: "전쟁을 내가 승리로 이끌었는데 아무도 저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티윈: "광대나 타인의 박수를 원하지, 사자는 그렇지 않다."

(정확한 대사는 아니다)


그리고 티윈은 그의 자식들에게 툭하면 이렇게 말한다.

"너는 라니스터야!"

"너는 라니스터라고!"

"너는 라니스터라니까?"


그가 얼마나 라니스터라는 가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이는 위에서 내가 말한 것처럼 티윈의 열등감과도 관계가 있다. 라니스터라면 마땅히 당당해야하고,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지 않아야한다. 이는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자식들에게 '타인의 평가를 신경쓰지 말라'라고 하며 자신을 다독이는 것. "신경쓰지마"라면서 정작 라니스터 가문의 사람들 중에 타인의 평가에 가장 얽매이는 건 티윈 본인이다. 


다른 가문들의 수장들의 경우는 다르다. 스타크 가문의 누구도 "너는 스타크야!"라는 대사는 잘 뱉지 않으며 티렐 가문의 할머니도 "너는 티렐이야!"라고 하지 않는다. 유독 라니스터의 수장인 티윈만이 자신의 가문명에 심하게 집착하는 모습이다.


가문만 생각하는 바보에게서 자라나는 자식들이 사랑을 하는 방식

가문만 생각하는 부모,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는 부모는 엄격한 법이다. 그들은 자주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니?" 그런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결코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사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티윈의 자식들이 그렇다. 티윈의 자식인 세르세이와 제이미, 티리온은 사랑을 받지 못하며 성장한다. 아버지는 가문만 보는 남자인데, 어머니는 티리온을 낳다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실상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사랑받지 못한 자식들의 결핍
: 세르세이, 제이미, 티리온


세르세이 라니스터

세르세이

세르세이와 제이미, 티리온은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사랑을 하는 방법을 배워본 적도 없다. 하지만 사람이 사랑을 안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이 사랑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세르세이와 제이미는 근친을 한다. 이는 라니스터 가문의 전통을 감안하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근친간의 사랑은 타르가르옌 가문에서만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세르세이는 제이미로도 만족을 하지 못해서 란셀 라니스터와도 사랑을 나눈다, 아니, 사랑이 아니라, 섹스를 한다. 세르세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것은 세르세이의 자식들이다. 세르세이가 딱히 제이미나 란셀을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세르세이가 티윈의 자식들 중에서 제일 맛이 가긴했다. 세르세이는 자신이 남성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컴플렉스가 강하지만 제이미는 칼 솜씨로 자존감을 채우고, 티리온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열등감을 지식 등으로 극복했다. 


이는 세르세이가 극중에서 킹스랜딩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아름다운 여인이 왜이리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 아, 그녀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다. 사랑. 


제이미 라니스터

제이미

제이미는 한 때 누나인 세르세이 라니스터와 근친을 했지만, 세르세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고 브리엔을 사랑하게 된다. 브리엔은 여러면에서 제이미에게 결핍된 것들을 가지고 있다. 제이미는 킹슬레이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브리엔은 명예로운 기사다. 그리고 브리엔은 제이미가 지금까지 봐온 연약한 여성들과 달리 강하다. 칼 싸움에 남다른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제이미이기에 한쪽 손목을 잃게되며 자신의 무력 상당 부분을 잃은 뒤에 브리엔에게 더욱 빠져든다.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티리온 라니스터와 셰이

티리온

티리온 역시 사랑을 함에 있어서 그리 정상적이진 않다. 아버지 티윈과 누나 세르세이는 출산 중에 티윈의 부인이자 세르세이의 엄마인 조안나 라니스터를 죽였다며 티리온을 살인자라 비난하고 가족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티리온으로선 억울하다. 본인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왔을 뿐이니까. 


여기에 야사처럼 추가되는 스토리도 있다. 조안나 라니스터는 매드킹 타르가르옌 가문의 아에리스2세에 의해 강간을 당했는데, 그때 임신한 게 티리온이었다(같은 기간에 티윈과도 관계를 가졌을 테니 누가 티리온의 아버지인지는 불명확하다). 티윈은 자신의 자식이 아닌 매드킹의 자식을 세상에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안나에게 독을 먹인다. 그런데 정작 유산은 되지 않았고, 자신의 아내인 조안나는 죽었으며 아기는 기형-난쟁이로 태어났다. 그러니까 티윈은 티리온을 보면서 '매드킹'과 '조안나에 독을 먹였던 자신'과 '가문의 수치인 난쟁이 아들'을 동시에 떠올리는 거다. 복잡미묘한 감정이다. 여튼, 티리온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보자.


난쟁이로서 그는 정상적으로 여자에게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돈으로서 그 사랑을 산다. 창녀들과 섹스를 하며 그는 외로움을 해소했다. 그러다가 결국 창녀였던 셰이와 사랑에 빠진다. <왕좌의 게임>팬들은 셰이만 x년으로 만들려고들 하는데, 내 눈엔 티리온도 딱히 잘한 거 없다. 둘 간의 사랑은 결국 티리온 자신에 의해 찢겨진다. 샤에가 사랑을 나누자고 해도 티리온은 거부하고, 샤에가 함께 떠나자고 해도 티리온은 거부한다. 이에 샤에는 티리온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떠난다. 티리온의 입장이 이해가 안되지는 않는다. 그는 정치를 꽤나 즐기고 있었으며, 샤에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을 게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연인은 깨지기 마련이다.


세르세이, 제이미, 티리온

정리하자면, 세르세이와 제이미는 근친을 했고, 티리온은 창녀와만 사랑을 나누었다. 이는 티윈이 얼마나 자식 농사를 못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비단 사랑을 하는 방식에서만 이 세 인물의 장애가 드러나는 건 아니다. 세르세이 역시 티윈처럼 자식 농사를 망쳤고(티윈과는 다른 이유로), 제이미는 가학적인 성격을 가진 이가 되었다.(그리고 그 성격의 일부가 조프리에게 간 듯 보인다) 그나마 티리온이 가장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티리온에 관해선 아래 글을 참고하라. 



꽤나 상징적인 티윈의 죽음

가문밖에 모르는 바보 티윈 라니스터를 죽인 것은 티윈의 아들인 티리온 라니스터다. 이는 꽤나 아이러니하다. 가문만 생각했던 이가 가문의 속한 이에게 죽는다니! 티윈은 가문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 하지만 그는 가문의 부흥은 신경썼을 지언정, 정작 가문의 사람들을 살피진 못했다. 이는 그의 패착이다. 그래서 티윈이 만약 죽어야한다면, 가족의 손에 죽는 게 가장 티윈 라니스터다운 죽음이기도 하다. 티윈은 자신의 아들에게 죽으면서 자신이 라니스터를 어떻게 만들어놨는 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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