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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3. 2016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화가 채택하는 장치들

1. 영화감독들은 살인이라는 소재를 PC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도입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장치는 정당방위다. <본 얼티메이텀>에서 닉키 파슨스는 암살자에 쫒기는 신세가 되고, 제이슨 본은 닉키 파슨스를 구하기 위해 암살자를 제압한다. 이것만 해도 일단 PC함을 지켜낼 수 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살인을 한 것이니까. 또한, 그 암살자는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제이슨 본마저 죽이려고한다.



2. 영화의 내용을 살짝 바꿔서 생각해보자. 만약 그 암살자가 닉킨 파슨스만 죽이려고만 하고, 제이슨 본은 죽이지 않으려고 했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도 제이슨 본이 그 암살자를 죽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때 살인을 막기 위한 것이니 그렇다(1)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2)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애매하기 때문에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암살자가 제이슨 본마저 죽이려고 하게끔 만든다. 


제이슨 본이 책으로 공방을 할 때 암살자는 쇠몽둥이로 제이슨 본을 후려친다. 이런 상황에서 제이슨 본에겐 다른 옵션이 없다. 살기 위해 죽여야한다. 특히나 암살자 녀석이 제이슨 본보다 젊고 강력한 놈이기 때문에 '적당히'해서는 오히려 당할 수도 있다.


3.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다른 장치는 복수다. 극악무도한 빌런을 등장시킨 뒤, 그 빌런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나 피해자의 유가족이 등장하여 빌런을 살인할 때 사용되는 장치다. 특히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복수물이 흥하고 있다. 영화 <제로다크서티>가 그런 점에서 복수물이고, 미드 <멘탈리스트>도 자신의 딸을 죽인 연쇄살인마를 살인하려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복수물이다. 살인은 살인으로 갚겠다, 랄까. 


4.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다른 장치는 정의 실현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복수물과도 엮이는 부분이긴한데, 반드시 그렇진 않다. 복수물의 경우 살인당하는 자와 살인하는 자(주인공)가 어떤 긴밀한 관계를 지니지만, 정의 실현 위해 살인하는 경우는 반드시 그런 관계가 설정되진 않는다. 사례를 보면 좀 뭔 말인지 감이 잡히실거라.



살인을 통한 정의 실현은 미드<덱스터>의 중심 스토리이기도 하다. 주인공 덱스터는 연쇄살인마들만을 살인하는 연쇄살인마다. 그는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은 연쇄살인마를 납치한 뒤 살인한다. 그리고 미드 <데어데블>에 등장하는 퍼니셔는 정의 구현을 위해 악당들을 총으로 살인한다. <배트맨V슈퍼맨>에선 (불살주의로 유명한) 배트맨이 악당들을 무차별 살인하는 모습을 보인다. 악당들은 마치 죽어도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덱스터>에 꽤나 재밌는 장면이 있다. 덱스터가 항구 살인마로 유명해지자 많은 이들이 그를 영웅으로 칭송한다. 하지만 정작 그가 죽었다고 알려지고 장례식이 열리는데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다. <데어데블>의 퍼니셔 역시 드라마에서 꽤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서 많은 팬을 보유하게 되었고 그 덕에 단독 작품도 만들어지게 되었지만, 퍼니셔는 데어데블에 의해 꾸준히 비판받고 경계받는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그는 '죽여야 끝난다'라는 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고, 드라마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을 '정당화'로 볼지 말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작가는 덱스터를 통해 '이게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이 보이고, 퍼니셔도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서 캐릭터는 살인의 변을 구체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가질 수록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 깊이가 있어지기 때문이다. 


'정의 실현'을 위해 살인하는 것은 정당하다, 라는 외치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의문을 던지는 작품도 있다. 전자의 작품은 대체로 특정 행위로 인해 누가 살인을 당해도 그 살인의 의미에 집중하지 않고 어물쩡 넘어가는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한 <더블타겟>, <슈퍼맨V배트맨>이 여기에 해당할 거다. 그리고 후자에는 <덱스터>, <데어데블>이 포함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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