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노동의 양 간의 관계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이 하는 일을 기술이 대신할 수 있게된다. 그 결과 기술의 힘을 빌어 한 개인은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된다. 농기계의 발전은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교통수단의 발전은 더 적게 걸어도 더 빨리 더 먼 곳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한편 이로 인해 일자리의 감소현상도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다루지 않겠다)
<애플뮤직> 역시 이러한 기술 중의 하나다. <애플뮤직>이 하는 일은 사용자에게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으로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동과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가 일일이 음악을 검색하고 기기에 음악을 넣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노동을 줄여주는 기능을 해준다. <애플뮤직>을 이용한다면 사용자는 전보다 적은 시간을 음악 선별에 투자하게 된다.
<애플뮤직>
<애플뮤직>은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한 뒤(1), 사용자에게 다양한 음악을 옵션으로 제공한다(2). <애플뮤직>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순전히 사용자에게 달려있기에 여전히 '갑'은 사용자이고, 애플뮤직은 '을'로서 사용자의 멘탈 안정(?)을 위해 꾸준히 노동한다.
"'갑'님을 위해 이런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YG의 블랙핑크라는 그룹의 신곡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갑'님의 취향에 맞을 듯합니다. "
"요즘엔 이런 곡이 인기가 많습니다. 한번 들어보시는 건 어떨지요."
비서의 주요업무- 일정관리
누가 뭐래도 비서의 가장 큰 업무는 고용주의 일정을 관리해주는 거다. 몇 시에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용무로 얼마동안 만나게되는 지에 대해 필요할 때마다 고용주에게 알림을 해주는 것이 비서의 코어 업무라 할 수 있다.
비서가 이런 일을 수행하기 위해선 고용주가 정보를 인풋해야한다. 몇 시에 누구와 무슨 일을 하기로 했는지를 비서가 애초부터 알 수는 없으므로 "몇시에 누구랑 만나기로 했어요." 정도의 인풋은 고용주가 해줘야한다.
현재 이러한 비서의 역할을 해주는 기술로는 <Jorte>를 비롯한 수많은 스케줄러 어플이 있는데, 이 역시 사용자가 따로 인풋을 해줘야 비서로서 일정을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몇시에 누구와 어떤 일로 어디에서 만나기로했는 지는 사용자가 다 따로 입력해야한다.
하지만 스케줄러는 어떤 행동을 하게끔 제안을 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직 스케줄러가 <애플뮤직>같이 특정 행동을 하게끔 제안하는 기능이 탑재되어있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혹자는 비서의 기능은 애초에 시키는 걸 하는 것이지 어떤 것을 하게끔 제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비서의 역할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전자 비서의 역할은 그보다 더욱 적극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자 비서는 사람 비서보다 더 사용자에게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있긴하다)
건강 어플과의 연계
현재 나는 만보기 어플 <Pacer>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어플은 내가 하루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를 알려주고, 또 한 주동안 얼마나 걸었으며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 지 알려준다. 나는 지금 이 어플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유료로 결제를 하면 나에 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 뒤 내게 "coach"를 해준다.
<Pacer> 자체는 살을 빼려는 자들을 위해 설계되었고 나는 딱히 살을 뺄 생각이 없는 지라 결제를 하진 않았지만, 이런 어플들이 스케줄러와 함께 연동되면 "운동을 안한지가 오래되었으니 운동좀 해라"라는 식의 제안을 할 수는 있을 거다.
애플이 스케줄러와 함께 <건강>이라는 어플을 제공해서 사용자의 다양한 데이터-걸음 수, 수면 리듬 등-를 저장할 수 있게 판을 깔아놓은 것, 그리고 애플 워치 같은 몸에 걸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이유는 전자 비서를 위한 애플의 큰 그림이 아닐까 한다. 삼성이 원격의료를 하려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고.
IBM의 <Watson>
IBM은 인공지능 <Watson>(이하 <왓슨>)을 개발했다. <왓슨>은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추론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 등을 <왓슨>에게 제공하면 <왓슨>은 그 의료정보를 토대로 최선의 치료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안들은 제공하고 그 대안들 각각의 성공률도 제공할 수 있다. 뉴욕 MSKCC암센터는 <왓슨>의 도움을 받아 진단을 하고 있다(아래 동영상). 하우스는망했나?
<왓슨>은 비싼 기술로서 개인이 쓰기엔 아직 무리가 있으며, 개인에게 현재 제공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플뮤직>을 비롯한 수많은 빅데이터 기술들이 개인들에게 전파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왓슨>을 개인들이 사용할 날도 멀지않은 듯 보인다. 이것이 애초에 <왓슨>이 최초에 기획된 이유일 거고.
<왓슨>의 기능은 앞서 말했듯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추론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기본적으론 <애플뮤직>의 디자인과 유사하다. <애플뮤직> 사용자는 <애플뮤직>에 취향 정보를 입력하고 <애플뮤직>은 그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음악을 추천해준다.
<왓슨>에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왓슨>은 사용자에게 어떤 행동을 제안할 수 있고, 또 음악 정보를 입력하면 음악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게다가 사용자가 지금까지 썼던 텍스트들을 입력하면 그 텍스트들을 통해 사용자의 정신건강을 파악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리아노 시그만(Mariano Sigman)은 활자들을 분석하여 그 활자를 쓴 당사자의 건강 상태를 추론해내는 것에 성공했다(아래 링크)
그러니까 <왓슨>같은 기술은 전자비서로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이고, 개인은 <왓슨>을 전자비서로 활용하여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역량에 따라 전보다 더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수많은 정보들을 토대로 적절한 대안을 제공해주는 게 <왓슨>이기 때문이다(아래 영상)
클라우드와 전자비서
내가 판단하기에 <왓슨>은 <애플뮤직>, <Pacer> 등을 압도하는 기술이지만, 이는 애초부터가 틀려먹은 비교다. <왓슨>의 대항마는 구글, 애플, 윈도우에 의해 따로 개발될 거라 생각한다. <애플뮤직>은 그를 위한 애플의 테스트 기술의 일종일 수 있다. 적당히 간을 본 뒤 <Apple Secretary>나, <iScretary>같은 기술을 내놓을 지도 모른다.
전자비서 경쟁이 시작되면 지금의 클라우드 경쟁과 비슷한 양상을 띄게 될 듯 보인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이 피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삼성도 이 경쟁에 합류했다. 전자비서는 개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클라우드 시스템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기업들과 떼어놓고 개발되지는 않을 듯 보이고, 클라우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보안과 저장용량과 출력 등이 시장 내의 승패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클라우드와 별개로 전자비서가 개발되는 방식도 가능하긴하다. 실제로 <왓슨>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아도 구동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집안에 서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구동하는 게 가능하고, 실제로 앞서 언급한 병원에선 그런 방식으로 <왓슨>을 이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다만, 전자비서는 비서로서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입력하는 것이 좀 더 용이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만보기 정보는 클라우드에 자동적으로 업로드된 뒤 그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어떤 제안을 하는 방식이, 사용자가 직접 추출한 만보기 정보를 자신의 저장매체에 입력한 뒤 <왓슨>에 제안을 받는 것보다 실시간적이며(real time base)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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