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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Aug 29. 2016

<플라네테스>: 우주의 파편을 청소하는 사람들


배경은 우주

이런 애니가 있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는 게 감사할 따름.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일본 애니인데 꽤나 신박한 소재를 다룬다. 우주에 떠다니는 물체-데브리들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회사의 이야기다.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데브리들이 행성간 여행을 하는 여객선 등에 충돌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유쾌한 분위기

우주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심각하고 엄격진지하다. 특히 미국에서 우주를 배경으로 삼는 영화들 중에 엄중한 분위기를 베이스로 깔고 가지 않는 영상물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삼는 대표적인 작품 <스타워즈>, <스타트랙>을 비롯하여, 고전 <에일리언>시리즈, <블레이드 러너> 등의 작품들을 보라. 다들 엄격하고 진지하다.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도 엄격하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최근(?)에 나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엄격진지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다. 이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신나고, 마지막까지 신난다. 일본 영상물 시장에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건담> 시리즈를 비롯한 각종 우주물은 엄격진지하다. 물론 일본에도 예외적인 작품이 있긴하다. <카우보이 비밥>이라던가.




<플라네테스>는 우주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직장인물(?)에 가깝다. 이야기들은 직장인들의 흔한 일상들로 이루어져있다. 다만 그게 그들의 일-데브리를 청소하는 것과 관련이 되어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한 에피소드에선 우주복 제작업체가 자신들의 우주복을 사용해달라는 요청을 해오고, 그 우주복을 검토한다. 꽤나 감동적인 에피소드이니, 이 에피소드만은 꼭 보길 권한다.


일본의 직장 문화는 몇십년이 지난 뒤에도 딱히 바뀌지 않은 듯이 묘사된다. '빽'이 있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소리나, 높은 사람에게 선물을 하려고하는 거나, 우주에서 죽을 수도 있으니 그를 대비해 보험을 들라는 영업맨이나. 후배에게 쿠사리를 넣는 선배까지. 한국의 직장 문화와 딱히 다르지 않은 일본의 직장 문화랄까. 


분위기 자체는 유쾌하고 소박하지만 주인공들이 속한 조직의 성격상 항상 목숨을 걸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주복을 잘못 조작하면 순간의 실수로 여럿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고, 데브리 하나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위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테러리스트를 저지하는 에피소드도 있고, 방사능 쓰레기들을 몰래 버리고 도망가는 범죄자들을 체포하려는 에피소드도 있으니 분위기만 소박하다뿐이지, 매 에피소드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긴하다. 이 부분은 살짝 아쉬운 부분이긴하다. 목숨이 왔다갔다하지 않는 에피소드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감동은 전해줄 수 있다. 강박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사운드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놀랐는데, 우주에서 '당연히'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 연출해냈기 때문. 대부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나 영화들은 도킹 시에 소리를 삽입한다. 이런식으로 무음으로 작업한 건 그나마 최근작인 영화 <그래비티>(2013)와 <마션>(2015). 그런데 <플라네테스>는 2003년작이다. 으아니. 아직 나는 <플라네테스>를 끝까지 다보지는 않았다. 아껴보고 있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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