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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24. 2016

성공하는 속편의 조건- 상

<Aliens>를 중심으로


속편의 과제 및 함정

대부분의 속편은 망한다. (여기에서 망한다는 건 '영화적으로 후지게 뽑힌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혹시나 댓글로 '망했다기엔 전편보다 돈 더 벌었는데여?' 따위의 헛소리를 하는 자는 없길 바란다) 속편은 왜 망할까? 내가 생각하는 속편이 망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속편들이 1편을 압도하지 못하지도 못하고, 하나의 영화로서 또다른 아우라를 풍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속편들이 나오는 영화들은 대체로 영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인데, 성공한 영화들은 대체로 강한 아우라를 풍긴다. 그러므로 속편들의 영화적 과제는 그 아우라(이데아)를 압도하거나, 전혀 다른 색을 내는 것에 성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자 따위가 기존의 이데아를 압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속편은 새로운 이데아가 되어 전혀 다른 색의 작품이 되어야한다. (제작자나 투자자 입장에서야 전편들보다 돈이 더 벌리는 것을 '성공'으로 보겠지만 그런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


리들리 스콧의 <Alien>

내가 판단하기에 리들리 스콧의 영화 <Alien>(1979)(이하 <에일리언>을 능가하는 괴수 영화는 2016년의 9월의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괴수만큼 디테일하게 설계된 매력적인 괴수 자체가 <에일리언> 이후로 등장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심형래의 <용가리> 따위는 덩치만 컸지 아무 매력도 없다. 한국인이면 심형래 까지마라고? <퍼시픽 림>의 그 괴수들도 덩치만 컸지 아무 매력도 없다. 차라리 <고질라>의 그놈에겐 덕질할 요소라도 있지. <용가리>따위와 같은 위치에 올린 것 같아서 <퍼시픽 림>에게 미안해지네.



<에일리언>엔 괴수가 등장하는데, 그 놈의 정식명칭은 제노모프다. <에일리언>은 제노모프가 번식을 하는 방법을 포함한 다양한 특징들을 설명한다. 번식 방법, 공격 방법, 지능 수준 등이 등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런 것들을 설명해주는 괴수 영화들은 흔치 않다.



(뱀발, 하지만 <에일리언>은 제노모프의 모든 것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영화에 페이스 허거가 담긴 '알'같은 것이 등장하는데 그 알은 대체 누가 낳은 것인지가 불투명하고, 왠 우주선 같은 게 보이는데 그 우주선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을 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빈약한 설명을 한 연출로 보이기보다는 차라리 설명을 할 수는 있으나 굳이 하지 않은 연출로 보는 것이 옳다. 인간들은 우주로 떠난 뒤 처음보는 미지의 것들과 마주친다. 미지의 것은 미지의 것으로-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야 빛을 발한다.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 떡밥이라고 하며, 해당 떡밥들은 <프로메테우스>에서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또다른 떡밥들을 뱉어놓았다. 시발)



혹자는 '괴물은 그저 무섭기만하면 그만이다'고 할 수도 있다. 확실히 그런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노모프는 그저 '평범한 괴물'을 초월했을 따름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제노모프만큼 장수하는 괴물이 있는가? 음, 음, 없다. 최초부터 잘 디자인된 캐릭터의 힘은 이런 것을 통해 명쾌하게 증명된다. 제노모프가 등장하는 영화로는 <Alien>, <Aliens>, <Alien3>, <Aliens4>, <Prometheus>가 있다. 외전격으로 <Alien vs Predator>, <Alien vs Predator2>가 있으며, 2017년엔 <Alien: Covenant>가 개봉한다.


리들리 스콧의 <Alien>(1979),
제임스 카메론의 <Aliens>(1986)
한국엔 <에이리언2>로 개봉했지만 원제는 <Aliens>다. 에일리언'들'이 등장한다.

리들리 스콧이 1편을 감독하고, 제임스 카메론이 다음 작품의 감독을 맡게 된다. 제목은 <Alien>에서 <Aliens>로 바뀌는데, 제목만 가지고도 이 영화가 어떤 길을 걷게될 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1편이 괴수가 등장하는 일종의 공포 영화였다면 2편에선 에일리언들-제노모프들이 무지하게 많이 등장하면서 말그대로 인류와 외계인 간의 전투가 일어난다.


신(God)으로서의 제노모프

이는 1편과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인데, 1편에서 제노모프는 공포의 대상이자, 살상이 불가능한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에일리언>의 에일리언을 일종의 신으로 보는 해석도 있으며 나는 그 해석에 꽤나 동조하는 편이다. 1편의 주인공 리플리는 마지막까지도 제노모프를 죽이지 못하고, 그저 우주선 바깥으로 내쫓기만 했다. 신은 죽일 수 없는 존재다. 신들의 카리스마는 그들의 불멸성에서 나온다. 신이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카리스마는 사라진다.



신과 종교라는 소재는 <에일리언>의 감독 리들리 스콧과 떼어놓을 수 없으며, 이는 그가 지속적으로 연출하는 영화들의 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킹덤 온 더 헤븐>,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심지어 그가 감독했던 미국 드라마 <The Good Wife>에서도 종교 관련 스토리는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딸은 신앙이 겁나게 강한데, 그의 엄마이자 주인공인 알리샤 플로릭은 신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다. 이 두 인물 사이의 대화-종교를 통해 리들리 스콧의 종교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내가 판단하기에 리들리 스콧은 알리샤 플로릭처럼 종교를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꽤나 회의적이다. 그러니까 신을 눈알도 없는 피너스 모양의 괴물로 만들었겠지.


불멸의 존재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리들리 스콧이 생각하기에 신은 겁나게 강한 존재인 듯하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은 신을 결코 선한 존재로 보지는 않는 듯 하고, 신을 믿는 자들을 조롱하는 뉘앙스도 자주 풍긴다. <프로메테우스>에선 '신'에게 죽음의 위협까지 받은 한 여성이 십자가를 다시 목에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로봇은 그녀를 보고 이꼴을 당하고도 아직도 신을 믿냐는 식의 대사를 던진다.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하는 제노모프의 전신


신으로서의 제노모프는 리들리 스콧에 의해 또 등장한다. 리들리 스콧은 <에일리언>에서 제노모프를 탄생시킨 이후로 단 한번도 <에일리언>의 속편을 감독한 적이 없었는데,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에일리언>의 프리퀄 작품을 연출했다. 해당 영화에서는 제노모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괴수가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 지가 등장한다.


제노모프의 전신은 불임이었던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오징어와 여성의 자궁을 모티브로 한 듯한-괴물이 기술자(engineer, 흰색 근육 형님)의 몸에 씨앗(?)을 심은 끝에 태어난다. 오징어 괴물과 기술자가 제노모프 전신의 부모(?)인건데, 오징어 괴물의 부모가 불임이었던 여성이니까 제노모프 전신의 생물학적 할머니는 불임이었던 여성이란 걸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예수(Jesus)의 할머니인 안나 마리아 역시 오랜 기간동안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실상 불임 상태였다는 거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세번의 결혼 끝에 딸 셋을 낳았다. 그 중 첫째가 성모 마리아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기술자-근육 형님은 오징어 괴물에게 힘도 못 쓰고 제압당한다는 거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불멸의 존재가 또 등장한 것이다. 인간이나 인간과 유사한 존재 따위는 리들리 스콧식의 '신'을 감히 제압할 수 없다. 이는 <에일리언>에서 처음 등장한 에일리언의 모습과 일관적이다.


이런 신으로서의 제노모프 설정은 제임스 카메론의 <Aliens>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제노모프는 2편부터는 죽일 수 있는 대상이 있고, '신'으로서의 위엄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때문에 영화는 완전히 다른 색을 지니게 되고, 그만의 매력을 가지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에일리언>은 공포 영화고 <에일리언스>는 폭탄 펑펑 터지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가깝다. 다음 글에선 이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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