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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27. 2016

성공하는 속편의 조건- 하

<Aliens>를 중심으로

이 글은 <속편은 언제 흥하는가? ft.<Aliens>- 상>에 이어서 쓰는 글이므로 해당 글을 읽고 오시는 걸 권장드린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링크를 클릭하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짤막하게 해당 글을 요약하자면, 저 글에서 나는 <Alien>에서 에일리언이 가지는 신적 의미에 대해 주로 다뤘다. 신으로서 제노모프의 지위는 에일리언을 소재로 나온 두번째 작품인 <Aliens>부터 사라지게 된다.




죽지않는 '신'에서 죽을 수 있는 '괴물'로

에일리언-제노모프는 <Aliens>로 넘어오면서 신적 존재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다. 아니, 잃어버린다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맥락에서 존재하게 되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겠다. 1편에서 에일리언이 신적인 존재이자 미지의 존재, 그리고 신적 존재였다면 2편에서 그 에일리언은 더이상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이미 관객들은 1편을 본 뒤 '놈들'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후속편을 찍을 감독은 이런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관객이 뭘 알고 뭘 모르는 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영화적 정보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후속편의 감독은 에일리언이 뭔가 새로운 괴수인양 연출을 해선 곤란하다. 그놈은 이미 우리가 아는 놈이기 때문이다.


2편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택한 전략은 내가 보기에 심플하다. 그는 폐쇄 공포물에서 블록버스터로 장르 전환을 꽤했다. 이전 글에서 플라톤의 비유를 들어 그림자 따위는 이데아를 압도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제임스 카메론은 장르 전환을 하면서 그림자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이데아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고, 성공했다. 만약 제임스가 1편과 같은 폐쇄 공포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류작 밖에 되지 못했을 거다. 3, 4편이 2편의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받듯이 말이다. (참고로 나는 1, 2, 3, 4편과 <프로메테우스>를 다 좋아한다. 에일리언은 사랑이시다)


속편의 성공을 위해 제임스 카메론이 택한 전략- 장르 전환

2편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변화들은 이 장르 전환과 함께 시작된다. 폐쇄 공포물에서 총질하고 폭탄 터뜨리는 블록버스터 옮아가는 것이다. 정석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루틴을 따르면서 스타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었다. 주인공 리플리는 2편에서 진정한 강한 여자로서 면모를 보이게 된다(1). 1편에선 겁에 질려서 도망치는 존재였다면 2편에서 그녀는 진정한 학살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게다가 에일리언은 압도적인 존재가 아닌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며(2), 에일리언 퀸을 등장시키며 에일리언 세계관을 더욱 확장하기도 했다(3). 그리고 주인공들의 활동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4). 이제는 폐쇄 공포물이 아니니까.


(이 아래부터는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제임스 카메론의 전략(1)- 강한 여성 리플리

내가 생각하기에 1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은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감독이다. 그는 남성사회 속 여성이라는 소재에 대해 게을리했던 적이 없다. 흔히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델마와 루이스>를 연출했고, 드래곤 프로덕션이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굿와이프>의 원작 <The Good Wife>의 핵심 제작자이기도 했다.


1편은 1979년에 개봉했다. 해당 시기를 고려해보면 1편에서 보이는 리플리의 면모는 2016년의 지금 한국 지상파 드라마를 기준으로 봐도(너무 치사한 기준인가?) 상당히 진보적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것, 남자가 아닌 여자가 우주선을 조종할 줄 안다는 것, 남자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생존한다는 것 등등을 생각해보면 1편에서의 리플리는 꽤나 강한 여성이라 볼 수 있다.


제임스 카메론의 2편으로 오면 이런 그녀의 강한 면모는 더욱 빛을 발한다. 앞에서 나는 그녀가 1편에서 "강한 여성"이었다고 표현했는데, 1편에서 사실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성격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리플리가 여성이기는 했지만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이 영화에서 부각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여성인 캐릭터가 다른 주류 영화들에서와 달리 남성과 동등한 위치로 등장했기에 의미있게 보일 따름이다.


리플리와 에일리언 퀸


2편에서 리플리는 여성으로서의 성격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영화는 여성 대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보여준다. 리플리는 한 여자 꼬마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무기를 들고 출동하는데 그녀가 발견하는 건 에일리언 알 무더기와 그 알을 낳는 에일리언 퀸이다. 리플리는 화염방사기로 그 알들과 에일리언 퀸의 생식기(?)를 태워버린다.


비록 그 아이가 리플리의 친딸은 아니었지만 리플리가 그 아이를 찾아나선 것과 리플리의 모성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면, 여기에서부터 리플리는 한 명의 여성이자 한 명의 어머니로서 지위를 부여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에일리언 퀸이 애써 낳은 알들을 불태우므로 인해 에일리언 퀸은 갑톡튀한 미친년 하나 때문에 수 많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된다. 이쯤되면 이제 피튀기는 엄마들간의 전쟁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한다면 <Aliens>의 한 대사를 보고 '아!'할 수 있게 된다. 다른 대사 다 필요없다. 이 대사가 짱이다. 아래의 영상을 감상해보자. 2분쯤 된다.


"GET AWAY FROM HER BITCH!"

"GET AWAY FROM HER BITCH!"("꺼져 썅년아")

ㅋ ㅑ..뭔 말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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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은 1편의 리플리를 전혀 다른 인물로 재구성함으로써 영화를 전혀 다른 장르로 만들었다. 이를 '발전'이라 보는 관점도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재구성이라 표현하겠다. 더 발전된 캐릭터는 없다. 더 인기있는 캐릭터는 있을 수 있어도. 2편은 이름은 같지만 성격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1편과의 차별점을 만들었다.


(뱀발, 이런 여성 대 여성 프레임, 리플리와 에일리언 퀸 간의 라이벌 구도는 3편과 4편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2편에서 에일리언 퀸은 우주선에서 추방당하며 패배하지만, 3편에서 리플리는 자신의 배에 에일리언 퀸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알고 동반자살한다. 에일리언 퀸은 4편에서도 등장하는데, 자신이 낳은 뉴본 에일리언에 의해 죽게된다. 그 뉴본 에일리언은 리플리를 어머니로 여기는데, 리플리는 눈물을 머금고 그 녀석을 죽인다. 4편에서 리플리와 퀸은 모두 어머니로서 존재할 뿐 라이벌 구도로 대결을 벌이진 않는다. 어머니로서의 리플리는 2편부터 발전해서 4편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전략(2)- 죽일 수 있는 에일리언, 액션 영화!

에일리언은 2편으로 오면서 더이상 신적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1편에선 유일신같은 절대적인 존재로서 에일리언 한 놈만 등장하지만, 2편으로 오면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등장한다. 전투원들은 총과 화염방사기 등으로 괴물들을 학살하고 또 학살당한다. 공포 영화에서 액션 영화로 장르가 변했다는 걸 알 수있다. 딱히 더 추가할 말은 없다. 이전에 쓴 글을 읽으시면 1편과 2편의 에일리언이 어떻게 대비되는 지 확인하실 수 있을 거다.



에일리언이 죽일 수 있는 존재가 되면서 3, 4편에서는 군부에서는 에일리언을 무기로 활용하려 들기까지 한다. 1편에서 에일리언의 지위를 보자면 이건 신성 모독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4편 이후에 나온 <Prometheus>에서 제노모프는 절대적인 지위를 회복(?)한다는 거다. <Alien>의 진정한 정신적 계승작을 <Aliens>가 아닌 <Prometheus>로 봐야하는 이유다. 애초에 2, 3, 4편에서 등장하는 에일리언 퀸은 에일리언 초기 설정엔 들어있지도 않았고, 1편의 감독이 직접 후속편을 맡은 <Prometheus>에 퀸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제노모프의 최초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므로 퀸이 등장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으나, 내가 판단하기에 리들리 스콧은 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 하다. 자기가 만든 게 아니니까. 리들리 스콧은 에일리언의 창조주다. 뭔 말이 더 필요한가?


제임스 카메론의 전략(3)- 에일리언 퀸의 등장, 세계관의 확장

에일리언 퀸은 <Aliens>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캐릭터로서 이 에일리언 퀸은 3, 4편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등장하고 외전격인 <Alien V Predator>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등장한다. 에일리언계의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는 존재인 거다.



에일리언 퀸이 공식 설정에 있는 지 여부와 무관하게 에일리언 퀸의 등장은 <Aliens>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에일리언 퀸이 등장하지 않고 1편에서 등장했던 놈들만 여럿이 등장하는 식이었다면 2편은 1편의 아류작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퀸이라는 기존의 놈들을 압도할 정도의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를 등장시키며 너드(nerd)들을 열광시켰다. 2편의 게임성은 에일리언 퀸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비스는 이렇게 하는거다. 사이즈로 관객을 열광시키는 건 제임스 카메론의 특기이기도 한데 <아바타>에서도 비슷한 연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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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는 생략하겠다. 말 안해도 다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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