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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Sep 24. 2016

직장인 친구는 더이상 회사에 제안을 하지 않는다.

좋은 거 같은데요?


이 글은 대기업에 간지 1년도 안된 친구가 퇴사를 준비 중이다의 후속글이 아니며, 같은 인물을 다루지도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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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한 때 친구는 회사에 제안들을 했었다. 그는 더 나은 방법이나 수단을 제안하는 것에 꽤나 관심이 많았다. 회사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친구는 "왜 일을 그따구로 하지?", "대체 일을 왜 안되게 하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는데, 이는 회사가 얼마나 경직되어있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되는 방식'이 있고 '안되는 방식'이 있는데, 회사는 '되는 방식'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비효율적으로 일들을 처리했으며, 변화에 게을렀다.


게으른 회사

회사가 변화에 게을렀던 이유는 '지금의 방식'이 회사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자들에게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었고, 변화의 총대를 맬 동기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되는 방식'을 '되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선 누군가가 총대를 매어야하는데, 신입 따위가 총대를 매어봐야 바뀌는 건 하나도 없으니 어느정도 지위를 가진 자가 총대를 매어야한다.


그런데 어느정도 지위를 가진 자는 총대를 매지 않았다. 일을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하게된다면 회사는 전보다 폭발적으로 아웃풋을 낼 수야 있겠지만, 그 아웃풋이 직접적으로 어느정도 지위를 가진 자에게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뭣하러 귀찮게 그런 일을 벌일 것인가?


게다가 일을 효율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비효율적인 일들을 담당하는 것은 '아랫것'들이다. '아랫것'들이 일을 힘들게 하건 손쉽게 하건 뭐하러 신경을 쓰나? 변화는 피곤할 뿐이다.


경제적 동기부여도 없었지만 내 친구가 회사의 진보(progress)를 위해 제안을 했던 이유는 답답했기 했기 때문이다. 일을 대체 왜 안되는 방식으로 하냐고 XXXX들아!같은 분노였달까. 그는 자신의 봉급이 더 오르는 것과 관계없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고, 회사가 '되는 방식'으로 일을 하게끔 꾸준히 제안했다. 저 답답한 꼬라지에 분노가 치밀었으니까.


이런 스토리는 <미생>에도 나온다. 장그래는 회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분류해놓은 파일을 더 나은 분류법으로 분류해놓는데, 그 일로 쿠사리를 먹는다. <미생>의 상사들은 장그래가 파일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분노한다. 나는 참고로 장그래를 지지하진 않는다. 분류법이 마음에 안들었으면 회사에 제안을 한 뒤 변화를 도모했어야지 무작정 폴더를 바꾸는 건 어린거지. 그렇다고 장그래에 쿠사리를 먹였던 상사들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좋은 게 있으면 받아처먹을 생각을 해야지.


지금

지금 친구는 회사에 아무 제안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상사가 기획안이랍시고 가져와서 "어떠냐?"라고 물어도 생산적인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 "좋은 거 같은데요?"라고 말하며 퉁치는 것이다. 좋아서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피드백을 해봐야 씨알도 안먹히니 그저 입닥치고 살게 되었을 뿐이다. 회사에 제안을 해봐야 바뀌는 것도 없고, 회사가 망하건 말건 그의 생존과 딱히 관계도 없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에 깊게 박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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