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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08. 2017

이휘재의 진행은 왜 후진가?

PD는 대체 뭔 생각으로 이휘재를 섭외하나? 최순실이 시키던가?


<2016 SBS 연기대상>의 진행자 이휘재

이휘재로 시끄럽다(그러므로 더 시끄럽게 해보자). 필자는 저 아저씨가 왜 계속 섭외되는 지 이해가 안된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 인지도가 있다는 것 외에 딱히 특출난 점이 안보인다. 92년에 데뷔했고, 2016년 기준, 연차로만 따지면 25년차 방송인이다. 그런데 25년 짬밥이라면 당연히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개그맨으로서의 위트도 없고, 진행자로서의 순발력이나 내공도 안느껴진다. 짬밥은 짬밥대로 먹었지만 이렇다할 실력도 없이 후배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헬조선의 중년 아재를 마주하는 느낌이다. 이휘재가 72년생이니 나이도 딱 맞다. 25년차 이휘재보다 '진행'이 전문도 아닌 옆에있던 민아가 더 진행을 센스있게 잘 했다. 베테랑은 개뿔.


이번에 문제가 된 <2016 SBS 연기대상>은 그런 이휘재의 클라스를 여실히 보여준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필자는 솔직히 이 중대한(?) 자리에 왜 이휘재가 섭외되었는 지 모르겠다. 아마 시상식에 영화나 드라마와 아무 관련도 없는 여자 아이돌 불러다가 재롱잔치 시켜서 분위기 띄우는 이 나라의 시상식 클라스와 관련이 있겠지. 그 '클라스'가 이휘재를 섭외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도 보지만, 이 글에선 시상식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진행자로서의 이휘재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휘재의 진행은 왜 문제인가?
-거만한 태도

우선 지적하고싶은 부분은 이휘재의 말을 통해 느껴지는 거만함이다.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성동일의 패딩에 관한 지적. 이휘재는 성동일이 패딩을 입고 있자 그에게 지적을 했다. 배우가 아니라 PD인 줄 알았다는 지적. 배우로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식의 그 오만방자한 건방진 태도.



이휘재가 배우라고 하더라도 이런 뉘앙스는 기분 나쁜데, 그는 배우도 아닌데 배우로서 시상식에 임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논했다. 이 말을 통해 PD들도 꽤나 기분이 나빴을 거란 게 내 생각인데, PD들이 시상식에 패딩이나 입고 나오는 사람인양 말했기 때문. 나름 본인 짬밥이 어느정도 찼다고 깝을 친 거 같은데, 짬밥 어느정도 찬 성동일이 아니라 최불암이나 이순재 같은 대선배가 패딩을 입고 있었어도 이휘재가 깝을 쳤을까? 아닐걸. 이런 부분에서 이휘재의 인성이 드러나는 거다.


딴에는 미국 시상식 따라해보겠다고 농담을 던진 거 같은데,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면서 깝죽데는 것과 위트있게 농담을 던지는 건 전혀 다른 거다. 뭐가 제대로된 진행이고 농담인지는 아래에서 소상히 보여드리겠다. 시상식을 기획하는 어떤 멍청한 PD가 또 이휘재를 섭외하는 비극이 발생한다면 더 나은 진행을 해야되지 않겠나?


이휘재는 2016년의 <2016년 연예대상>에 4년째 섭외되었다. PD들의 머가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다섯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아야하겠다.

시상식은 갑질할 장소가 아니다.
SBS시상식이 본인의 것이라는 오만

이휘재는 시상식이 시작할 때부터 스스로를 소개할 때 "4년 연속"으로 진행을 맡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딴에는 시상식이 본인의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본인의 뜻대로 진행되어야한다고 믿는 것 같다. 진행자는 시상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긴하지만, 어쨋건 진행자도 시상식이라는 드라마에 있어서 여러 배우 중 하나일 뿐이다. 시상식을 기획한 작가들과 피디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기획에 따라 조명을 맞추고 옮기고, 음악을 틀고 끄는 팀들도 있었을 것이다. 진행자도 그런 여러 역할 중 하나 일 뿐이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입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다못해 <뉴스룸>을 진행하는 손석희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못된다. 타임테이블이 정해져있고, 꼭지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 틀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협업이다.


4년 연속 맡았다는 이유로 딴에는 시상식이 본인의 것이라 믿는 것 같은데, 사실 방송사측에선 이휘재를 섭외하지 않으면 그만인 자리다. 솔까 내가 방송사 사장이었으면 이휘재는 두번 다시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할 거다. 다시 말해서, 깝은 친다고 치지만, 결국 명예임시직일 뿐이다. 부심부릴 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성동일의 패딩 지적은 그저 이휘재의 인성 및 진행방식의 문제를 보여주는 파편적인 이벤트일 뿐이다. 짬밥 좀 먹었다고 깝치는 장면들은 계속해서 나온다. 한 예로 이휘재는 박신혜와 헬스장에서 자주 만난다는 식으로 인사를 했는데, 민아가 남궁민이랑 인사를 나눌 때는 "개인적인 인사는 나중에 하시구요"라는 식으로 이중잣대를 돌렸다.


민아도 이휘재와 같은 동등한 진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재량을 부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꼰대 의식이 이 장면에서 느껴진다. 테이블에서 일동들이 일어나 크게 인사를 하는데 거따 데고 "굳이 일어서서 갑자기 ㅋㅋ"라면서 무안을 주는 건, 본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는 부심이 없다면 나올 수 없다.

 

호명된 <보보경심려> 테이블
이휘재 "뭘 굳이 또, 일어나고, 카메라 감독님 놀라시게"

게다가 4년차 시상식 진행자라면 테이블이 호명될 때 다들 일어서서 인사하는 한국 시상식 특유의 문화를 모르는 것도 아닐테다. 그럼에도 무안을 줬다는 건 꼬였다는 거지. 비단 꼬인 것만 문제인 건 아니다. 논점을 흐린다는 것도 큰 문제다. 게스트가 논점을 흘릴 때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하는 게 진행자인데, 이휘재는 본인이 진행자이면서 논점을 흐린다. 마치 자기는 그래도 된다는 듯이. 자기는 그럴 짬이 되었다는 듯이. 그래서 추하다.


호명될 때 다른 팀들은 테이블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니 <보보경심려>팀이 일어나는 건 확실히 일레귤려(irregular)이긴하다. 그런데 거기다 무안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 상대를 무안하게 할테고(1), 진행을 원활히 하는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진행을 흐리는 멘트이기 때문이다(2).


낡은 진행, 발전 없는 진행자로서의 이휘재

이휘재를 필자가 글에 처음 언급한 건 한국의 애교 문화를 처음 다룰 때다.


위 글<한국의 여성인권 그리고 한국 여성들의 애교>의 주인공은 사실 이휘재라기보다는 한국의 보수적이고 꼴통적인 문화계다. 이휘재를 이 글에서 언급한 이유는 그가 한 때 시상식에서 배우 전지현에게 애교를 보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애교를 요구하기에 좋은 상황 같은 건 없다지만, 한국의 시상식이라는 그 진지한 자리에서 이휘재는 전지현에게 애교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2014 SBS 연기대상). 예능 프로 따위에서 애교를 요구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이휘재의 처참한 진행 능력과 젠더 감수성을 느껴보라. 그는 그때나 2016년의 시상식에서나 변함없이 구린 진행을 보여줬다.


이휘재가 개그치는 법: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들기

초중고 학교마다 그런 애들이 있다. 아니, 나이브했다.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이나 회사 등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조직에 항상 있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특정인을 웃음거리로 삼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존재들. 이휘재가 딱 이런 식으로 개그를 치고, 시상식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상대가 잘해보려고하면 웃음거리고 만들고, 무안하게 만들면서 마치 재밌다는 듯이 개그(?)를 쳤다.

인사하는 사람들에 무안을 주고, 공개 연애하는 아이유에게 옆에 있는 이준기와 썸타는 거 아니냐는 더러운 드립을 치고, 성동일이 패딩을 입고있다는 이유로 피디인줄 알았다며 드립을 치고. 성동일을 소재로 놀린 건 사실 말만 들으면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이휘재 특유의 비꼬는 듯한 어투가 전혀 즐겁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이휘재는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개그를 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웃음을 만들려는 개그(?)를 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초강수를 두며 개그를 침에도 불구하고 이휘재를 보고 웃기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도 이휘재 정도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겠지. 이휘재는 낡아도 너무 낡았다. 타인을 상처주는 개그로 사람들을 웃기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의 시상식 오프닝

이휘재가 뭘 하려고 했는 지는 알 거 같다. 이휘재는 무거운 시상식보다는 재밌고 유쾌한 미국식 시상식을 만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실패했다. 그의 역량 부족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가타부타 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정말 미국식의 유쾌한 시상식을 참고했던 거라면, 그는 관찰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시상식 오프닝을 소개하겠다.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는 70회~72회 골드글로브 시상식의 진행자를 맡았었다. 그들은 72회 오프닝은 다음과 같은 멘트로 시작한다. (영문 원본 스크립트를 따로 올리지는 않겠으니 직접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아래는 링크한 영상에서 캡쳐한 것이다)



"좋은 밤입니다. 환영합니다. 이 파렴치하고 버릇 없으며 쥐똥만한 재능을 가진 놈들이여."라는 말로 시상식의 포문을 연다. 혹자는 위 멘트를 보고 내게 물을지도 모른다. "이휘재의 발언보다 더 불쾌감을 유발하는 말 아니냐?"하고. 하지만 이휘재가 하는 멘트와 이들의 멘트는 그 성격이 명백하게 다르다. 


어떻게 조크를 해야하나?


하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할 때-범위를 잘 정해야 한다.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말을 나름 유머랍시고 할 때, 이휘재는 특정인을 지목해서 웃음거리로 만들려고했고, 티나와 에이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예로 이휘재는 성동일을 웃음거리로 만들며 좌중들의 웃음을 유도하려했고(실패했고), 미국 누나들은 그곳에 있는 모두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모두를 웃음거리로 삼을 땐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도 불쾌해하지 않는다.


둘, 특정인을 지목해서 웃음을 유발할 때- 선을 잘 지켜야한다.

티나와 에이미가 특정인을 지목해서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선을 넘지않으며 위트있게 상대를 추켜세워준다. 추켜세우지 않더라도 농담의 대상이 된 자에 관한 농담을 던진다. 그가 했던 발언이나 찍었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며 그곳에 참석했다는 것을 더욱 못 박아주는 것이다. 그것들을 함과 동시에 시상식을 워밍업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티나와 에이미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자들에 대해 연구를 하고 스크립트를 주도면밀하게 작성한다는 거다. 시상식에 달라붙은 스탭-작가들이 도와주기야 했겠지(참고로 티나 페이는 에미상을 수차례 받은 배우이자 작가이자 프로듀서다. 본인이 대부분의 스크립트를 짰을 듯).


이휘재는 게스트들에 대한 공부를 하긴했을까? 배우 박신혜에게 "민낯으로 만나곤 한다"라는 말뿐이 못했던 이휘재를 볼 때, 딱히 시상식에 참석하는 게스트들에 대한 공부를 한 것 같진 않다. 공부를 했다면 애초에 아이유에게 그따위 무개념 발언을 하지도 않았겠지.  


티나 페이는 오프라 윈프리를 언급하며 아래와 같은 멘트를 던진다.


오프라 윈프리는 <오프라 윈프리 쇼>로 유명하고, 해당 쇼에 방문한 자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웠다. 이런 오프라를 시상식의 참석한 사람들이나 시청자들이 모를 리는 만무하니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친 것이다. 누구를 지목해서 유머를 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한다는 말이다. 다른 예도 계속 보자.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놀릴 때도 그가 했던 발언을 들며 놀렸다. 호아킨 피닉스는 시상식에 대해 부정적을 발언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활용한거다. 백문이불여일견, 아래를 보자.



호아킨 피닉스의 언행불일치를 들며, 일종의 풍자(sarcasm)를 하는 거다. 시상식을 비판했던 호아킨이 참석한다는 걸 알게되었을 때, 이런 식의 풍자가 가능하고, 진지한 비판이 아니기에 호아킨도 기분 좋게 넘어간 듯 보인다. 보다시피 '나 여기 있다'면서 호아킨은 손을 흔들고, 진행자들도 그를 향해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휘재가 여기에서 진행자를 하고 있었으면 그는 호아킨에게 물었을 거다. "시상식 비판하셨으면서 왜 오셨어요?" 아니다. 호아킨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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