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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r 17. 2017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삶이여


대기업, 중소기업, 창업, 1인 기업

한국에서 돈을 벌 생각이 있다면 채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음과 같다. 대기업 취업(1), 중소기업 취업(2), 자영업(3), 1인기업(4). (1), (2)에 대해선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3)에는 창업 등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4)에는 개인 브랜딩을 통해 수익을 꿰하는 길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유튜브, 트위치를 통해 수익을 얻거나, 책을 내어 인세를 얻거나 방송에 출연하여 출연료를 챙기거나 강연을 통해 수입을 얻는 자들이 이 길을 걷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편의상 이렇게 나누기는 했지만, 세상이 많이 변해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다니면서도 자영업이나 1인 기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령, 회사를 다니면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을 얻는 분들이 유튜브에 점점 많이 보이는데,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직장인 B>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회사(1, 2)와 1인 기업(4)을 함께하다가 (4)만을 하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가령, 영화 리뷰 유튜버 <백수골방>의 경우 화장품 회사 홍보팀에 소속해 다니면서 영화 리뷰 채널을 만들었는데, 채널이 잘 굴러가자 회사를 그만두었다. 본인 말에 따르면 공채를 통해 회사를 들어갔으나 1년도 안되서 그만두었다고 한다(관련 영상).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돈을 번다는 선택을 할 때 고려되는 요소-필터는 상당히 다양하고 사람마다 그 기준도 다르다. 최소한 얼마 정도는 벌어야한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돈을 적게 벌어도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일을 할 때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가도 고려할 것이다. 


특정 직업을 가질 때 그 직업이 얼마나 명예로운 지도 고려될 것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명예롭지 않은 직업이라면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급하지 않은 필터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조건을 원한다고 해도 개인 사정상 선택할 수 없는 옵션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분명한 건 그 기준이란 게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이다. 


기준 하나-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돈을 많이 주는 일

대학을 다닐 때-이런 표현을 쓸 때가 오다니-한 수업을 들었는데, 그 때 표씨 성을 가진 학사 출신의 교수가 수업과 관계 없는 인생 이야기를 했다. 그 때 교수는 원을 3개 그렸다. 한 원은 잘하는 일, 또다른 원은 하고 싶은 일, 또다른 원에는 돈을 많이 버는 일이 적혀있었는데, 그는 이 셋 중에 둘을 선택해야한다고 했다. 셋 모두를 충족시키는 일은 없다는 요지였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데 심지어 돈도 많이 주는 꿈 같은 직업은 존재할까?


그런 꿈 같은 직업이 정말 꿈 속에만 있는 지와는 별개로, 그 원 3개는 직업을 선택하기에 앞서 꽤나 그럴듯한 기준을 마련해준다. 돈을 포기하고 잘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을 선택하거나(1), 돈을 얻으면서 잘하는 일을 하되 딱히 일하는 즐거움은 없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2).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긴 정작 잘하지는 못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아, 있다. 굳이 뽑자면 열정페이가 이쪽에 포함될 수 있을 듯. 꽤나 좋은 기준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한계가 없지는 않다. 개인의 자유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그 직업이 얼마나 명예로운 직업인가 같은 필터는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에서 직업을 선택할 때는 위에서 언급한 기준이 무색하게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작동한다.


성공에 대한 집착, 실패에 대한 강박이 요구하는
"확실한 길"

한국인들은-필자를 포함하여-상당히 여유가 없고, 성공에 대해 강박적인 부분이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한다. 이 때 성공은 타인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해진 끝이 없고 상대적이다. 우리는 한푼이라도 더 아낄 수 있는 길을 찾고, 한푼이라도 더 벌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최고, 최초, 최대에 집착하는 것,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역시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실패는 '나'의 명예를 위해서, '나'의 성공을 위해 용납될 수 없는 무엇이다. IMF 이후부터 이런 각박하고 여유없는 마인드셋이 자리잡았다고들 이야기하는데, 분석은 심리학자들에게 맡겨두기로 하자.


우리 한쿡인들은 갓겜 <디아블로3>를 할 때도 각 시즌에 어떤 캐릭터가 가장 강한 캐릭터인지를 우선 찾고, 그 캐릭터의 어떤 특성이 가장 강력한 지를 찾고, 그 특성을 가진 캐릭터가 어떤 아이템으로 무장해야 가장 강한 지를 알아본다. 그 모든 아이템을 "최대 스펙"으로 모두 갖추면 이제 "졸업"하게 된다. 게임에도 무려 "졸업"이란 개념이 있다. 한국인들은 게임을 할 때도 경쟁적이고, 성공에 집착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게임이건 특이한 플레이로 이슈가 되는 것은 한국을 제외한 국가의 게이머들에게서 관찰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어떤 세계인들보다도 빠르고 강하다. 우린 뭔가 정해진 길에 서면 가장 강려크해지는 민족 같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게임에 있어서도 뭔가 확실한 길을 찾는다. 성공을 보장하고,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확고한 길들을 찾아냈다. 그 길들을 부모님들에 의해 구전되기도 하고,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각각을 살펴보자. 4년제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취업한 뒤 그 회사에서 몇십년을 머물면서 정년퇴직을 하는 것이 잘 알려진 성공하는 삶의 방정식 중 하나다(1). 사시나 5급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을 통해서 변호사나 판검사가 되거나 고위공무원이 되는 길이 또다른 하나다(2). 의대, 치대, 한의대를 졸업한 뒤 피부과나 치과나 안과 등을 차리는 인생도 잘 알려져 있다(3). 교대를 나와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거나 사범대를 졸업해 중고등학교의 선생님을 하는 길도 있다(4).


이런 문화는 비단 한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런 문화는 다른 문화들과 마찬가지로 일본과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한 때 아래의 광고가 나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한 사람이 침대에 뛰어드는 장면이다. 잠 만세.

혹자는 위 영상을 보고 "일본의 문화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는 문화이기에 이런 영상이 나올 수 있다"고 할 지도 모르겠으나, 난 반대로 생각한다. 억압하는 부분이 있기에 위와 같은 캠페인 영상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인들이 위 영상을 보고 감동받는 것도 같은 맥락일 거다. 저 동영상은 응어리를 긁어주기 위해 만들어졌고, 응어리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감동을 준다.


놀라우면서도 별로 놀랍지 않은 사실은 요즘에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도 딱히 꿈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꿈이 있긴한데, 뭔가 청소년들의 입에서 나올 법하지 않은 것들이 "꿈"이라는 이름으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어떤 직업이 "꿈"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될 때 그것이 "꿈"이 된 이유는 돈을 잘 벌거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을 추구하는 마인드셋은 이제 한국인들의 민족성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마, 나는 그렇게 혼자 생각해본다. 그게 나쁘냐고? 아니다. 좋냐고? 그것도 아니다. 안타깝냐고? 그건 좀 그렇다. 나는 한국인들에게 여유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사회에서 너무 말도 안되는 바람이긴 하다. 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다. 예아.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남들이 말하는 황금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대기업은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 길이 좋은 길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그냥 나랑 안맞고, 솔직히 거기서 버틸 자신도 없다. 추가적으로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인적성 공부해서 시험 보기가 귀찮고, 토익 점수가 곧 만료되는데 또 공부해서 제출하기가 귀찮고, 이런 걸 요구하는 회사의 태도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적성 시험 따위를 보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한국의 대기업 뿐이다. 사실 이런 건 별 거 아니다. 준비야 그냥 하면 되는거니까. 

#그때_여우는_말했어요_저_포도는_셔


대기업은 배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몇 있는데, 돈은 많이 버는데 그만큼 자기 시간이 없었다. 복지가 좋은 회사-Sx를 다니는 친구는 좀 경우가 다르다. 그 친구는 야근도 잘 안하고, 주말 근무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리고 연봉은 뭐 알다시피 대기업 중에서도 꽤나 높은 편이다. 그런데 Sx가 나를 좋아해줄 거 같지도 않고, 나도 딱히 Sx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대기업에서 하는 일 중에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지 의문이 들고, 더 나아가 그 빡신 계급제나 관료제에서 버틸 자신도 생각도 없다.


좀 더 창조적인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직장이나 직군을 찾고 있는데, 그래서 스타트업이나 언론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언론사가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한다지만,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그 점에서 자유로운 듯 하다. 연봉도 현대기아차가 주는 만큼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울 듯 하다.  


언론사를 다니면서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더라도, 나는 개인 글쟁이일거고, "기자"는 부업이 될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글쓰기와 같은 콘텐츠 제작이 전업이 될 것이고, 나머지는 부업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마어마게 큰 연봉은 나한테 크게 의미가 없다. 최소한의 수준만 맞춰주면 땡큐다. 지금 이 나라에서 집을 사겠다는 생각도 안들고 컨텐츠를 만들 때 효율을 올려줄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기에 충분하면 된다. 돈은 전업으로 확실하게 벌어보고 싶다. 직장은 거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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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되면? 죽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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